[늘푸른 세대]서울도심 'G세대 타운' 동부이촌동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1분


《‘늘 푸른 세대’의 마음은 언제나 푸른색(Green·그린)입니다. 머리가 희끗희끗(Grey·그레이)할 수도 있지만 틀림없는 인생의 황금기(Golden Age·골든 에이지)지요. 세련되고(Grace·그레이스) 온화하며(Gentle·젠틀) 한국의 오늘을 일궈낸 위대한(Great·그레이트) 50∼60대, 우리는 그들을 G세대라고 부릅니다.》

‘동부이촌동은 나이든 이들의 파라다이스?’

서울 용산구 이촌1동. 한강을 가로질러 동쪽에 있어 일명 동부이촌동이라 불리는 이곳이 최근들어 소리소문없이 G세대를 위한 ‘황금 연못’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50代이상 26%…유입 늘어▼

지난해부터 60∼90평대의 대형평수 아파트가 재건축 분양되는데다 나이든 계층의 성향에 맞는 자연적 사회적 환경이 갖춰져 재력있는 G세대의 유입이 이어지기 때문. 보수적인 동네 특성상 주민들의 이동률이 낮아 기존 가구의 노령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이 동네 이상윤 동물병원장은 “어르신 손님들만 하루 30%에 이른다”고 말할 정도.

유연욱 이촌1동 동장(53)은 “50대 이상 인구가 26%로 절대적인 숫자는 서울의 다른지역 평균을 웃돈다”며 “1세대당 평균 가구수가 고작 2.87명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 노인부부들만 따로 사는 가구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꽃길 산책-게이트볼-골프연습▼

▽도심의 리조트〓강물을 내려다보며 삶을 관조할 수 있는 곳. 인근 용산가족공원과 한강 둔치엔 게이트볼장 골프연습장 등 중장년층을 위한 스포츠시설이 다양하다. 아침나절엔 한강대교에서 동작대교에 이르는 호안가 주변에서 철철이 피는 달맞이꽃 갈대 억새길 사이를 산책하는 G세대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비교적 재력있는 동부이촌동 노인들이 공원에서 산책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빗대 만화가 김인하씨는 지난해 ‘동부이촌동 비둘기는 뚱뚱하다’는 작품을 인터넷에 싣기도 했을 정도.

“사무실이나 빌딩이 없으니까 유흥업소도 없죠. 뭣보다 복잡하지 않아서 좋아요. 일요일날 사람없을 때 보면 리조트에 놀러온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고…”

한강아파트 주민 김정수씨(73)가 펴는 동부이촌동 예찬론.

▼교통편리…정감넘친 재래시장도▼

▽사는 재미〓그렇다고 마냥 한갓진 곳도 아니다. 구매력이 높아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강남북 백화점의 셔틀버스가 쉴새 없이 들락거리기 때문에 쇼핑이며 마실다니기도 편하다. 게다가 옛날 생각이 나게 하면서 사는 재미를 더해주는 곳이 있다. 바로 옛 공무원 아파트 단지내 마련돼 있는 재래시장이다.

전보아파트에 사는 차임자씨(60)의 말. “아담하지만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좋고, 에누리하면서 수다떠는 재미가 있어 좋지. 우리 젊을 적엔 다 그렇게 장을 봤거든.”

G세대만의 활발한 ‘교회 커뮤니티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 동부이촌동의 특색. 이 동네 온누리교회엔 60세이상을 대상으로 한 ‘모세대학’이 있다. 2년전부터는 모세대학 학생들을 중심으로 1백여명이 ‘실버성가대’를 창단해 미니콘서트도 열고 있다.

▽편안한 사람들〓성명학자 이태호씨는 동부이촌동(東部二村洞)을 ‘소심상익익(小心常翼翼) 작록일고천(爵祿日高遷)’으로 풀이한다.

“항상 검약하지만 마음은 편안한 날개를 달고 자유롭게 살아가며, 높은 벼슬을 지내고 공기 맑고 햇빛 좋은 곳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는 얘기. 자연을 벗삼아 여생을 즐기려는 G세대가 이곳에 정착하려는 이유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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