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인삼 외길 한평생 ‘마지막 개성상인’ 韓昌洙옹

  • 입력 2000년 4월 21일 13시 21분


평생 ‘인삼 외길’을 걸어온 개성상회의 2대 주인 한창수(韓昌洙·사진)옹이 20일 오전 4시반 서울대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고인은 선친 광석(光錫·1975년 79세로 작고)씨의 뒤를 이어 70년간 인삼 판매에 종사하면서 개성상회를 전국 최고의 인삼전문점으로 발전시켰다. 이 때문에 세간에서는 그를 송상(松商·개성상인)의 맥을 이은 ‘마지막 개성상인’이라 일컫기도 했다.

한옹의 선친은 일제 때부터 전국을 무대로 닦은 보부상 실력을 바탕으로 서울 을지로 네거리에 지금의 개성상회를 열었고 한옹은 1952년 이 사업을 이어받았다. 6·25전쟁 통에 상품공급원이던 개성의 인삼밭을 모두 잃어 한때 경영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강화를 제2의 인삼 원산지로 육성하고 ‘재산은 잃더라도 신용은 잃지 말자’는 부친의 사업철학을 이어받아 믿을 수 있는 제품과 철저한 신용으로 단골을 확보해 사업을 더욱 번창시켰다.

정관계 등 각계 유명 인사들과의 교분도 두터웠다. 50년대부터 유진오(兪鎭午)박사 이동원(李東元)내무부장관 등 유명인사들이 단골로 줄을 이었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이날 부음을 전해듣고 곧바로 빈소를 찾기도 했다.

일흔살이 넘어서도 턱걸이를 200회 이상 할 정도로 건강했고 ‘댄디’이기도 했던 고인은 타계 이틀전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었다. 유족으로는 장남 상화(相和), 차남 상룡(相龍), 3남 상준(相駿), 4남 상호(相虎)씨가 있다. 발인 23일 오전 9시. 빈소는 서울대병원. 02-760-2022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