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분장과 의상이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무엇보다 흥미로운 시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무채색에 가까운 의사의 집을 비출 때 고정돼 있던 카메라는 빈민굴을 비출 때는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절제돼 있으나 죽은 공간과, 추해도 생명력 있는 공간의 대비를 나타내는 것. 이같은 대조는 착하고 유약한 의사 유키오와 무뢰한인 걸인 스테키치를 통한 선과 악의 대비에 이르러 더욱 선명해진다.
그러나 선악은 동전의 양면같은 것. 스테키치는 유키오를 우물에 가두고, 유키오는 스테키치에게 살의를 느낀다. 선악의 인격을 모두 갖게 된 유키오의 마지막 선택은 빈민을 진찰하러 떠나는 것. 이를 통해 감독은 완전한 선인과 악인은 없으며 중요한 건 선택의 의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모토키 마사히로가 유키오와 스테키치1인2역을 맡았다. 18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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