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여체가 뿜어내는 원초적 관능미…누드 드로잉展 열려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산의 나무는 옷을 갈아입고 화랑의 그림은 옷을 벗는다? 두 화가의 누드 드로잉전이 춘곤증과 황사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듯 달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물화가인 알랭 본네프와(Alain Bonnefoit) 전과 30여년간 드로잉에만 천착했던 성병태의 ‘영혼으로 져며오는 원초적 드로잉’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갤러리’(02-734-0485)에서 20일까지 전시되는 본네프와의 이번 작품은 동서양의 정서를 혼합한 이른바 퓨전 스타일의 누드화가 주종. 그는 여체가 뿜어내는 원초적 매력과 자극적인 관능미에 탐닉하면서도 곡선을 극단적으로 미니멀화시키면서 육체 와 무관한 ‘감정’을 끄짚어내는 필법을 사용한다. 마치 모딜리아니가 묘파했던 일그러진 듯하면서도 요부의 코드를 그대로 간직한 여인들과 비슷한 주조다.

본네프와는 이를 위해 모델에게 특정한 포즈를 요구하기보다는 ‘방목’하듯 관찰하다가 미적 감흥을 자극하는 포즈가 나왔을 때 이를 캔버스에 매우 빠른 속도로 옮겨놓는다. 이 때 여체의 윤곽선은 매우 간결하며 ‘일필휘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도올(02-739-1406)에서 열리는 ‘영혼으로…’는 드로잉에 ‘무지개빛’ 회화적 감각을 덧입힌 성병태 특유의 인물화가 누드화 위주로 전시된다. 때로는 형체만 알아볼 수 있는 단순함으로, 때로는 박수근의 풋풋함을 연상케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여체에 접근하는 것이 성병태 드로잉의 매력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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