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알론조 모닝 "나도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

  • 입력 2000년 4월 10일 18시 59분


터프가이 알론조 모닝의 '부드러운 남자 선언'

코트위에서 모닝은 농구선수가 아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의 戰士다. 그의 머리속엔 오직 승리만이 존재한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싸움박질도 마다않는다. 그래서일까. 그의 참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 비친 모닝은 비열하고, 거만하며, 성질 더러운 '왕 재수' 그 자체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모닝이 바뀌었다.

동료는 물론 언론들과 끊임없이 싸움만 하던 그가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을 한 것이다.

"바꿔. 바꿔. 모든걸 다바꿔 "

그는 지난 시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모닝이 드디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할 줄 알게 된 것.

코트위에서 자신이 집중해야 할 대상이 심판이나 상대 선수가 아닌 게임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과거 그의 모습을 보자. 심판 휘슬이 자신에게 울리는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지는 얼굴. 곧바로 쏟아지는 상스런 욕지거리. 분을 삭이지 못하고 날뛰는 모닝은 십중팔구 벤치로 불려들어간다.

98년 뉴욕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1라운드 4차전은 '열혈남자' 모닝의 옛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경기종료 1.5초를 남기고 뉴욕의 90대85 리드. 샬럿서 한솥밥을 먹던 옛동지 알론조 모닝과 래리 존슨간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욕설세례에 흥분한 모닝이 존슨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복싱선수 출신인 존슨도 지지않고 맞받아쳤다. 험악한 분위기속에 뉴욕 제프 밴 건디 감독이 뛰어나와 모닝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모닝의 다리에 메달려 코트위를 질질 끌려다니는 제프 밴 건디의 노력 덕에 싸움은 끝났다. 두선수 모두 1게임 출장정지. 그러나 팀의 기둥 모닝을 잃은 마이애미는 뉴욕에 맥없이 무너지며 플레이오프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이 경기를 계기로 모닝은 자신이 마이애미 히트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모닝은 98-99시즌 개막과 동시에 마이애미의 리더로 확고하게 자리잡는다. 92년 데뷔이래 7년차 베테랑이 된 모닝. 마이클 조던이 입단 7년만에 팀에 챔피언 십을 안기며 확고한 리더로 자리잡았듯 지난 시즌 모닝은 처음으로 All NBA First Team에 선발되었으며 '올해의 수비상'까지 거머쥐었다.

MVP투표에서도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유타 칼 말론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평균 20.1득점 11.0리바운드 3.91어시스트를 올린 지난시즌 그의 성적은 별로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모닝이 팀에 발휘한 뛰어난 리더십은 마이애미를 동부 컨퍼런스 1위로 끌어올렸다. 비록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또다시 앙숙 뉴욕 닉스에 발목이 잡혀 초반 탈락하는 불운을 맛봤지만 코트위에서 난동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플레이 오프 실패에 대해서 모닝은 팻 라일리 감독에게 단 한마디의 질문도, 어떤 비판도 하지않는 성숙함을 보여줬다.

모닝의 이런 변신은 그동안 그에게 적대적이었던 팬들과 언론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끌어들였다. 모닝은 99-00시즌 올스타전에서 처음으로 팬들에 의해 동부컨퍼런스 선발센터로 뽑혔고 라이벌 샤킬 오닐을 제치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할 드림팀Ⅴ에도 당당히 선발되었다.

이제 모닝은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의 목표는 당연히 챔피언 반지를 끼는 것이다. 그것도 가능하면 아주많이. 모닝은 빌 러셀(통산 21,620 리바운드 5차례 MVP, 12차례 올스타 선발)과 자주 비교된다. 2m6의 러셀과 2m8의 모닝 모두 센터로선 작은 신장임에도 불구하고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는다.13시즌 동안 11번의 챔피언 십을 보스턴 셀틱스에 안긴 러셀. 모닝이 마이애미에 첫 챔피언의 꿈을 실현시켜주며 위대한 선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pisto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