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생과 경제 볼모일 수 없다

  • 입력 2000년 4월 8일 19시 23분


국회의원 총선거를 며칠 앞두고 표를 겨냥한 여야의 정략적 선전 선동이 갈수록 가관이다. 실체를 검증할 수 없는 뜬구름 잡는 식의 경제위기론, 주식시장을 통한 정치자금 조성의혹 제기가 국민을 어지럽게 한다. 자칫 이런 ‘선거 정쟁(政爭)’이 실제로 경제와 주가 외국인투자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 것인가. 표를 좀 더 건지고 의석 몇 개 더 확보하기 위해 민생과 나라를 흔드는 어리석은 짓은 삼가야 한다.

민주당의 경우 당대표 등이 앞장서서 ‘한나라당이 국부유출 국가빚 논란으로 경제위기를 부추겨 국가신인도가 위협받고 외국인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은 ‘주가폭락과 경제위기론이 대두하게 된 배경은 외국인투자자들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북한특수(特需)발언 이후 크게 동요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어느 쪽도 가설이나 개연성을 선거쟁점으로 부풀려 홍보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총선 전에 어차피 진실이 가려질리 없으니 일단 터뜨려 놓고 보자는 심산인가. 경제위기론 이라는 것 자체가 말 그대로 설(說)이요 주장일 뿐, 당장 계량화해서 검증할 길이 없는 문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집요하게 이를 되풀이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측은 북한특수 얘기를 주가하락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나 건설 비료 등 관련 주가가 오른 것도 그렇거니와 그 인과관계를 명쾌하게 밝힐 방도가 없다.

여기에 ‘주식시장을 통한 정치자금 조성의혹’같은 유언비어 수준의 역공세가 한나라당과 자민련측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시중의 여론’이라는 책임 회피용 꼬리표를 달아 “정부여당이 주식시장을 띄우고 정치자금을 조성한 뒤 최근 이를 회수해 증시가 침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출처불명의 설들에 흔들려온 증시에 정치권 마저 ‘설의 추가 공급원’이 된다면 선의의 투자자들의 피해는 누가 감당할 것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 당이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상대후보에 타격을 주기위해 비방 흑색선전도 가리지 않는다고 보고 ‘근거자료를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선거법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단기간에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루머를 통해 선거전에서의 우위를 노리는 악질적인 수법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선거운동 기간만이라도 각 당은 민생과 나라를 볼모 삼는 위태로운 게임은 삼가야 마땅하다. 건전한 정책대결로 유권자의 심판을 기다리는 정도(正道)로 나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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