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죽음 조차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다니…"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38분


“아무리 선거 때문이라지만 돌아가신 분까지 이용하려 들다니 너무 하는군요.”

3월18일 부산 해운대-기장을 한나라당 지구당 행사장 주변에서 음식을 얻어먹고 오후 4시경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모씨(42)의 외조카 박모씨(26)의 하소연이다.

세상에 적응 못해 떠돌며 살다간 외삼촌을 생각하면 안그래도 가슴이 아픈데 정치인들이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들기 때문이라는 것.

민국당과 민주당은 “이씨는 한나라당 행사장에서 야유를 보내다가 당원들에게 끌려나가 폭행당한 뒤 숨졌다”며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씨는 10여년 전 이혼한 뒤 알코올중독 증세 등으로 병원 신세를 지곤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박씨의 부모인 이씨의 매형과 누나에게 “진상을 알고 있다는 투서가 들어왔다”거나 “보상금을 받게 해주겠다”는 정당인들도 있었다. 박씨는 “문상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하나둘 찾아왔다”며 “아무도 증언이나 물증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의 검시 결과 이씨의 시신에는 외상과 구타 흔적이 없었고 사인은 구토 후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빨리 선거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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