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 자가진단에서부터 생활·음식·운동요법까지 -1

  • 입력 2000년 4월 4일 23시 43분


“만병의 근원, 피로를 깨끗이 날려보내자” ‘가벼운 증세를 가볍게 보지 말라’는 말이 있다. 성인병이나 암 같은 중대한 질병도 시초는 ‘피곤하다’는 가벼운 증세부터 시작하기 때문. 그냥 지나쳐 버리기 쉽지만 만성화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큰 병을 부를 수 있는 피로. 한방에 날려버리고 활력을 찾는 법을 알아보았다. ●글·장옥경(자유기고가) ●도움말·이왕림(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외래교수, 리 압구정 클 리닉 원장 02-546-7200), 신재용(해성한의원 원장 02-3442-4718)●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부, 사진부 ●일러스트·임희정 ◆ 일상생활 장애와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 요즘 잘 나가는 벤처 기업가 J씨(41)는 작년 봄부터 명치끝이 뻐근하고 속이 쓰리고 아픈 증상에 시달리다가 얼마 전에는 목 안에 무엇이 걸려있는 느낌마저 받았다. 또 최근에는 귀에서 소리가 나는 듯한 증상도 경험했다. 날이 갈수록 증상이 ‘업 그레이드’ 되자 병원을 찾아나섰다. 소화기 내과, 이비인후과, 흉부 내과… 몇 주에 걸쳐 쇼핑하듯 차례로 각 과를 돌며 질병을 체크해 보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S씨(35)는 아침마다 일어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남편이 승진하고 아이들도 신학기가 되어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등이 침대에 붙기라도 한 듯 아침 이면 일어나지지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남편과 아이들이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지고, S씨는 가족이 떠난 오전시간엔 ‘몸이 가뿐하지 않다, 이젠 늙었구나’하는 생각에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주변에는 ‘짜증이 나고 권태롭다’ ‘조금만 움직여도 기운이 빠진다’ ‘백화점처럼 밀폐된 곳에서 쇼핑을 하면 금방 두통이 온다’ ‘머리가 띵하고 무겁다’ ‘식욕부진이나 소화장애가 있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일상생활에 활기가 없다’ ‘우울증이 생긴다’ ‘손발이 저리고, 근육의 경련이 잘 일어난다’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피로 증세이다. 얼마전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팀이 전국의 가정의학과를 찾은 환자 1만2천명을 조사한 결과, 앞의 피로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 이른바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는 환자가 미국 과 영국의 2배, 호주의 3배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들 환자들의 평균나이는 한창 일할 나이인 38.2세로 피로와 함께 근육통, 두통, 신경통 등을 호소했다. 특히 이들 중 38%는 일상생활에 장애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리 압구정 클리닉 이왕림 원장은 만성피로증후군은 누구나 걸릴 수 있으며 신체이상, 잘못된 생활습관, 스트레스, 운동부족, 환경오염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 피로에 시달리는 사람 20~45%는 질환을 가지고 있다 피로는 가볍게 보아서는 곤란하다. 피로를 소홀히 여기고 제때 풀어주지 못하면 체내에 누적되면서 면역기능에 이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면역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우리 몸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곰팡이 같은 적군이 침입해도 적절한 방어 태세를 갖추지 못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바이러스나 세균이 인체 내에서 빠른 속도로 증식하여 간염이나 결핵, 폐렴과 같은 질환이 발생하기 쉽고 장기적으로는 암이나 성인병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현대병이라 불리는 각종 난치성 질환들은 누적된 피로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때로 피로감은 질병의 자각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피로감으로 인해 병원을 찾은 환자의 20~45%는 기질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학계 보고가 있다. 만성적인 피로감이 나타났을 때 의심해볼 수 있는 질환으로는 감염(특히 간염이나 결핵 등), 내분비질환(특히 당뇨병, 갑상선 기능이상, 부신피질 이상 등), 악성종양, 신경근육 질환(특히 근무력증, 다발성 경화증 등), 폐질환, 정신질환(우울증, 불안증 등) 등이 있다. 만성적인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은 가정의학과나 내과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수치를 알아보는 일반 혈액검사, 간 기능검사, 소변검사, 흉부 방사선검사, 갑상선 자극호르몬 검사 등의 기본적인 임상검사를 실시하여 질병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 만성피로를 이기는 생활요법 ▶ 하루 7~8시간, 일정한 시간에 잔다 몸에 쌓인 피로를 그때그때 풀어주는 방법으로 잠만한 것이 없다. 또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자는 게 좋다. 하루나 이틀 밤을 샌 후 그 다음날 하루종일 몰아 잠을 자는 것은 생체리듬을 깨뜨려 오히려 피로를 가중시킨다. 숙면을 위해서는 올바른 수면 자세와 몸에 맞는 베개, 이부자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 자세 척추의 배열이 생리적인 S자 곡선을 잘 유지하고, 척추를 이루는 관절과 인대, 근육 등에 불필요한 힘이 가해지지 않는 자세가 의학적인 관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수면 자세. 위를 보고 똑바로 자거나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몸을 가장 편안하게 만드는 자세다. 엎드려 자는 것은 일시적으로 허리를 편하게 할 수는 있지만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베개 베개를 너무 높이 베면 목뼈가 위로 휘어진다. 이럴 경우 머리 부위의 정맥류를 압박, 혈액순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목 부위가 긴장되어 신경성 두통이 생길 수도 있고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뇌출혈,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반대로 베개를 너무 낮게 베면 목뼈가 뒤로 휘게 되어 기도가 불안정해지므로 코골이가 심해진다. 옆으로 누웠을 때 경추와 흉추가 일직선이 되어야 몸이 가장 편안한 자세다. 그렇다면 베개를 베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목의 휘어진 부분을 베개가 받쳐주지 못하고 머리와 등뼈로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경추가 과도하게 긴장된다. 숙면을 취하기 힘들고, 얼굴이 붓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베개의 높이는 6~8cm가 적당하다. 성인 남자의 경우 바로 누운 자세에서는 7.9cm(성인 여자는 6.3cm), 옆으로 누웠을 때는 9.5cm(성인 여자는 7.3cm)가 적당하다고 한다. △이부자리 지나치게 푹신한 침대나 무거운 이불은 혈관이나 내장에 부담을 주므로 피한다. 몸을 움직일 때 부담을 주지 않는 가벼운 것을 선택한다. 또 잠을 잘 때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반대가 되면 위로 더운 기운이 올라와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무거우며 축농증이나 비염, 입 속에 염증 등이 자주 생긴다. 또 머리에 열이 많으면 정신이 흐려져 집중력도 떨어지고 항상 몸이 묵직하다. ▶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한다 피곤하다고 그냥 쉬는 것보다는 몸을 가볍게 움직여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게 되면 체력이 길러져 피로감을 덜 느끼게 된다. 그러나 심한 운동은 해롭다. 무리한 운동을 하게 되면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가 많아지게 되어 피로를 가중시킨다. 산책이나 맨손체조, 조깅 등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가벼운 운동을 하면 활성산소에 적응하는 세포의 능력이 커져,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 수시로 복부 누르기나 마사지를 한다 복부에는 대장, 소장, 위, 간장, 췌장, 비장, 신장, 십이지장 등 중요한 장기가 자리하고 있다. 복부를 지압하거나 마사지해주게 되면 중요 장기에 자극을 주어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내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연동작용을 촉진시켜 변비를 막고 독소가 눌어붙은 숙변을 제거할 수 있다. 방법은 아침 공복에 물을 세 컵 정도 마시고, 자세를 바로 하고 편안히 앉는다. 복부 왼쪽부터 위에서 아래로 쓰다듬듯이 마사지하고, 이어서 오른쪽을 같은 방법으로 마사지한다. 다음 배꼽이 있는 중앙 부분을 명치부터 아래까지 쓸어낸다. 그리고 이번에는 왼쪽부터 복부 아래에서 명치까지 위로 올려 쓰다듬듯이 마사지한다. 오른쪽과 중앙 부분도 역시 아래에서 위로 마사지해준다. 처음엔 부드럽게 시작해서 적응되면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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