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politan Diary/성공한 인생

  • 입력 2000년 4월 2일 21시 07분


열살 쯤 되던 어느 날 센트럴파크에 놀러가던 길이었다. 파크 애비뉴 호텔 정문 앞에 이르렀을 때 마침 커다란 검은색 리무진이 도착했다. 그러자 유니폼을 입은 경비원이 쏜살같이 달려가 문을 열어주고 차에서 내리는 신사에게 부동의 자세로 거수경례를 했다. 호텔 현관문을 들어서 호화로운 샹들리에 불빛을 받으며 서류가방을 들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검은 색 양복의 신사는 그 후 내 우상이 되었다.

40년 후 나는 사업차 파리를 방문, 검은색 리무진을 타고 리츠 칼튼 호텔에 가게 되었다. 유니폼을 입은 경비원이 나를 정중히 맞으며 서류가방을 받아들었다. 막 현관문을 들어서려는데 한 소년이 모퉁이에서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40년 전 나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그 소년에게 “너도 열심히 공부해서 무역업에 종사하고 외국어도 잘하면 나처럼 될 수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말없이 빙그레 웃고 문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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