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0돌 특집]소설가 은희경씨가 본 창간사

  • 입력 2000년 3월 31일 22시 38분


동아일보 창간사를 읽으니 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역시 진실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제하의 암울한 현실에 대한 분노, 그리고 제국주의를 물리치기 위해 움트는 새로운 기운의 태동을 통해 그것이 어떻게 동아일보 탄생에 필연성을 부여하는지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인민을 위한 자유정치’와 ‘노동에 기초한 문화창조’와 ‘정의 인도에 입각한 민족 연맹의 신세계’. 이러한 목표는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도 결코 낡은 수사(修辭)가 아니다. 80년 전의 군국주의는 쇠했지만 자본을 앞세운 제국주의가 더욱 기세를 떨치고 자본과 권력이 정보까지를 독점하는 요즘 오히려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민족의 신문,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신문, 문화주의를 제창하는 신문. 창간사가 내세우는 세 가지 정신이야말로 모든 언론의 기초일 것이다.

오늘날 언론이 과연 민중의 편이었나, 혹시 자본에 의해 움직이고 기득권을 형성하여 보수화되지는 않았던가, 또한 문화주의를 표방한 채 상업주의에 기울어져가는 건 아닌가 돌아보게 만드는 명문(名文)이다. 초발심(初發心)으로 돌아가자는 말의 뜻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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