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0돌 특집/세계의 미디어 변화]니혼게이자이

  • 입력 2000년 3월 31일 20시 52분


일본 신문업계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신문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약칭 닛케이)신문이다.

1876년 창간된 이 신문은 니혼게이자이신문 이외에 닛케이산업신문 닛케이금융신문 닛케이유통신문, 그리고 계열사로 도쿄지역을 가시청권으로 하는 민간공중파 방송인 TV도쿄를 거느리고 있다. 일본내 명실상부한 경제전문 뉴스그룹이다. 닛케이는 종이매체와 영상매체뿐만 아니라 온라인 정보 서비스 체계도 빈틈 없이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신문 ‘닛케이 네트(Nikkei Net)’. 1996년 창간 120주년을 맞아 개설한 이 인터넷신문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히트건수가 많은 최고의 인터넷매체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닛케이 네트의 매출은 200억엔. 17억엔의 광고소득을 올렸다. 짧은 기간에 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2003년에는 광고소득이 100억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업계 수위라는데 만족하지 않고 회사측은 5월 닛케이 네트를 전면 개편한다. 특히 개인 자산운용가를 위한 정보를 대폭 보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손잡고 ‘AOL저팬’이라는 통신망도 만들어 세계를 향해 일본어로 정보를 발신하고 있다. 현 가입자는 40만명. ‘퀵(QUICK)’이라는 정보제공시스템으로는 주식과 은행정보, 정부 발표 등을 실시간대로 제공하고 있다. ‘닛케이 텔레콤’이라는 온라인망을 통해 뉴스속보 주가지수 환율정보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닛케이신문이 경제신문 외에 금융 유통 분야로 특화된 신문을 따로 발행하기 시작했을 무렵 다른 신문업계에서는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또한 닛케이텔레콤 서비스를 할 때도 정통 언론의 길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동종업계로부터 호된 비판과 야유를 받았다. 그러나 닛케이 경영진은 “종이 신문은 정보전달의 한 수단일 뿐이며 절대적인 ‘종이 신화’는 없다”며 종합 정보 전문 서비스업의 리더를 지향한 전략을 밀어붙였고 결국 21세기 정보화시대의 급속한 진전과 함께 멋지게 성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출판 쪽도 매우 강하다. 출판전문 자회사인 닛케이BP사는 기술계 잡지출판분야의 정상을 자랑한다. 정기간행물 40종 이상을 펴내고 있으며 정기독자는 350만명. 일본 출판사 중 ‘톱 5’에 든다.

회사측은 1999년부터 ‘퀵’과 TV도쿄, 닛케이BP사의 정보를 통합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따로 운영하는데 따른 중복투자를 없애고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왔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도 변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회사측은 3월1일자로 부사장을 신설한 ‘정보전략본부’ 본부장에 임명했다. 젊은 브레인들과 함께 오직 21세기를 앞서갈 수 있는 멀티 미디어 전략만을 연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갖고 있는 전략의 골자는 두가지다. 종이신문을 홀대하지 않는다는 것과 거창한 장기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 인쇄신문 기사의 신뢰성이 인터넷신문이나 각종 온라인서비스의 인기를 유지해 준다고 확신하고 있다. 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3년 계획’도 비현실적이 되고 만다는 판단하에 최선의 결정을 신속하게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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