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

  • 입력 2000년 3월 31일 17시 53분


80년 전 오늘 동아일보는 겨레의 독립과 하나됨을 갈망하며 창간호를 내었습니다. ‘3·1운동’의 불씨를 보듬고 민족 민주 문화주의를 바탕으로 어둠 속에서 억압받는 나라와 겨레의 촛불이 되고자 다짐했습니다.

때로는 가시밭길을 헤치며 또 어느 때는 감격과 환희에 몸을 떨며 80성상을 보내온 지금,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과 성원이 우리를 키우고 일깨워 주었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동아일보가 항일에 앞장서 독립과 건국을 일궈내고 조국의 민주화 산업화에 선도역할을 하며 시대정신을 대표한 것도 국민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한편 어둡고 어려웠던 시기에 과연 민족 민주언론의 제 할 일을 다했느냐는 물음에는 자괴와 함께 뼈저린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독자 여러분에게 가슴으로 우러나는 감사를 드리며 더욱 독자를 위한 신문의 길을 걷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까닭이 거기에 있습니다.

▼南과 北을 잇는 가교 역할 자임▼

2000년 새 시대를 맞았지만 겨레의 화해 화합과 평화는 여전히 마음을 모아 추구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반세기가 넘는 분단의 상처를 하루 빨리 치유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서로를 신뢰하며 민족 흥륭(興隆)의 길로 남북이 손잡고 나아가는 미래를 열기 위해 동아일보는 남과 북의 다리 역할을 해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민족의 자해적(自害的) 대결을 지양해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의 일류국가를 건설하는 데 힘을 바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불편부당과 시시비비의 신문제작정신을 잃지 않겠습니다. 파당적 편애적 사고를 배척할 것입니다. 한마음 자애(慈愛)의 정신으로 남북의 겨레를 끌어안으며 그 나아갈 바를 밝히려 노력하겠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남이든 북이든 같은 목소리로 질정(叱正)하고 한민족으로서의 비전과 이정표를 제시하는 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힘든 길이라도 겨레와, 독자와 함께하는 것이라면 어려울 리 없습니다.

남북의 화해 못지않게 동서의 화합도 절실합니다. 50년 만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민주화에 다가섰다고는 하나 지역의 분열과 대결현상은 오히려 심화되었습니다. 소리(小利) 앞에 대의가 빛을 잃고 있습니다. 공동체에 팽배한 지역주의와 한 끝으로 치닫는 극단주의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인터넷시대 새 역사 열어갈터▼

이를 극복하고 단합된 힘으로 매진해야 합니다. 우리는 감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80년을 한결같이 국민 모두로부터 성원과 애정어린 질책을 받고 커왔으며 그 믿음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입니다. 반목과 분열은 우리의 적입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나라와 민족의 편가르기도 마다않는 어떠한 정파, 조직이나 개인도 우리는 배격할 것입니다. 결집된 민족에너지로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새 문화를 창조하며 그 안에서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삶이 빛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할 것입니다.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정보화의 물결이 모든 장막을 거두며 나라와 나라, 개인과 개인의 거리를 좁혀갑니다. 우리는 근대산업화에 뒤져 가난과 어둠의 질곡에서 신음했던 과거를 되풀이할 수 없습니다. 동아일보는 인터넷시대가 여는 새 지평, 새 역사에 민족과 함께 동참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 커다란 물결이 행여 정보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인간소외, 비인간화의 극단현상을 빚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그런 가운데 항상 독자 곁을 떠나지 않는 민족의 대표지 역할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