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라의 미각시대]위스키의 역사와 맛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7분


“신(神)은 단지 물을 만들었을 뿐인데, 인간은 술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사랑이 있는 곳은 물론 허무와 좌절의 자리, 인간의 희로애락이 있는 곳에 함께 하는 술. 술이 만들어진 것은 그러나 우연의 결과였다.

18세기 초까지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지방의 토속주였다. 그러나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 합병된 1707년, 대영제국이 세워진 후 재정충당을 위해서 각 식민국에 주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제조업자들은 주세를 피해 산 속으로 숨어 들어가 술을 만들었다. 정부의 통제 때문에 판로를 찾기 힘들자 수입 포도주를 담았던 빈 참나무통에 밀주를 담아 산 속이나 지하 창고에 숨겨뒀다.

세월이 흐른 뒤 참나무통을 열어 보니 무색이었던 술이 연갈색을 띠고 있었다. 은은하면서 진한 향을 내는 술로 변해 있었는데 이게 바로 ‘스카치 위스키’다. 현재는 생산지에 따라 스카치, 버번, 테네시, 아이리쉬, 라이 위스키등으로 분류된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마셨다는 ‘시바스 리갈’ 역시 스카치 위스키 중 하나.

위스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술잔을 미리 차게 해야 한다. 도수가 높고 향이 진한 위스키를 마실 때는 잔에 얼음을 넣고 위스키를 부어 얼음 위로 흘러 내리게 한 뒤 차가워진 순간의 위스키를 음미하는 방법도 있다. 이때 얼음조각 여러개를 사용하기보다는 위스키 잔에 꽉 찰만한 큰 얼음조각 한덩어리가 알맞다.

반면 브랜디는 위스키와는 반대로 불이나 따뜻한 물로 미지근하게 잔을 데운 뒤 술을 붓는다. 마실 때는 손으로 잔을 부드럽게 감싸 체온으로 술을 데워가며 가볍게 흔들어 브랜디가 공기와 접촉되면서 퍼져나온 향긋한 향기를 느긋하게 즐기며 천천히 마신다. “위스키는 혀로, 브랜디는 코로”라는 말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요리평론가> hira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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