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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2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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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은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관광지이다. 거대한 역사적 유물이나 첨단 유행이 있어서가 아니고, 오히려 별다른 문명의 흔적이 없고 원시의 숨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섬들이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고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라는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올라감으로써 작은 섬나라들이 물에 잠겨버리는 재앙이 시작된 것이다.
2월 23일자 동아일보에 ‘투발루’라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가 바닷물에 잠길 위기에 처해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피지 북쪽에 위치한 ‘투발루’는 가장 높은 곳이 해발 4.5m에 불과한데 최근 해수면이 해발 3.2m까지 올라가 수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이 6시간 동안 물에 잠겼으며 인근 해역에 있던 2개의 무인도는 이미 물에 잠겨 사라졌다는 것이다. 급기야 이 나라의 총리가 이웃 피지 뉴질랜드 호주 등에 자국민을 모두 이민자로 받아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흔히 기후변화라고 하면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거나 이상 난동과 가뭄 정도로 이해하고 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지구의 기온이 높아져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내리게 되면 바닷물이 불어나 섬들이 사라지고 육지가 침식당하는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세계 각국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감축을 주내용으로 하는 기후변화협약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산업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태껏 인류가 쌓아온 문명의 성과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환경측면에서 폐기물 방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이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폐기물 방출을 제로화하는 개념이 필요하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 탄소에 주목하면 환경문제의 해결책은 자연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는 식물을 통해 탄수화물로 바뀌고 다시 동물계에서 이산화탄소로 되돌려지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여 산업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실제로 이산화탄소를 흡수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삼림조성 사업이 있다. 식물은 탄소동화작용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나무를 심은 만큼 그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인다. 프랑스 일본과 같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고 있는 나라들은 브라질이나 호주에 조림을 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지는 많으나 경제성 있는 삼림이 적어 목재 자급률이 5%에 불과하여 대부분의 목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생육조건이 좋은 나라에 조림사업을 확대함으로써 목재자원도 확보하고 나아가 이산화탄소 감축실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석탄이나 석유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일도 물론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원자력은 화석연료와 달리 지구환경을 해치지 않는 청정에너지이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로서는 기술력으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한 국제시장에서 항상 불안 요인을 지닌 유가 폭등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필요한 에너지 자원이다.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이 영토를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우리나라가 비록 지리적으로는 먼 거리에 있어 난민을 받아들일 입장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구적 차원에서 인류를 보호하는 일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박은선기자> sunney7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