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대학생 벤처기업에 "8억 줄테니 경영권 넘겨라"

  • 입력 2000년 3월 22일 01시 45분


일부 투자자들이 일확천금을 노려 대학생들이 만든 초보 단계의 벤처기업까지 인수하려고 하는 등 투자의 손길을 마구 뻗쳐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부산대 창업지원단에 따르면 이 대학 공대생 5명이 창업한 인터넷 경매업체인 ‘낫싱’은 법인 등록도 하기 전인 올해 초 개인투자자로부터 “8억원을 줄테니 경영권을 넘기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한 뒤 지난달 말 주식을 공모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 업체 박종현이사(28)는 “당초 거액의 제의를 받고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벤처정신’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목원대 교수와 학생들이 창업해 지난해 7월 인터넷폰을 개발한 ‘K-미디어’에도 최근 “돈을 얼마든지 내겠으니 지분을 나눠달라”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현재로는 외부자금이 필요없는데다 자칫 경영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은 제의를 모두 거절하고 있다는 것.

이밖에 경북대 공대생 5명이 98년 창업한 ‘시그마텍’도 투자자들로부터 “돈은 필요한만큼 지원할테니 지분을 넘기라”는 제의를 받았으며 모파이낸스사에서도 지분에 참여하겠다고 나서 거절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이 업체 대표 이승엽씨(30)는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대학생들이 창업한 벤처기업의 생명력은 진취성과 ‘헝그리정신’이기 때문에 투기성 자금이 과도하게 밀려들면 대학생들의 벤처정신이 한탕주의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대전·부산〓이기진·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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