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시대]경제정책 전망/兩岸 평화땐 성장 가속도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당선자가 집권후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중 하나는 경제다.

반세기동안 대만은 경제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국민당이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요인중 하나도 경제발전 때문이었다.

대만인들은 사상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천에 대해 환호하면서도 집권 경험이 없는 민진당과 천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천은 선거운동 기간중 시장경제주의에 바탕한 각종 경제정책을 내놓았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모든 것을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그의 경제정책이 대만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경제 개혁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천이 당선된 뒤 당장 증시가 폭락하고 있다. 안보 불안심리가 크지만 그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선거 후 첫 거래가 이루어진 20일 대만 증시에서는 589개 상장업체중 394개 업체가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따지면 한달여만에 무려 16.3%가 폭락했다.추정슝(邱正雄)재정부장은 이번 선거요인을 지난해 9월 대지진과 맞먹는 ‘악재’로 보고 천문학적 규모의 증시 안정기금을 쏟아 붓고 1일 주가하락폭을 7%에서 3.5%로 제한하는 ‘비상조치’까지 취했다.

경제정책 측면에서 천의 가장 큰 취약점은 그의 주변에 경제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당장 재정부장으로 뚜렷이 거론되는 사람조차 없을 정도로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다.

양안 관계에 대한 불안심리가 계속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양안간 경제 교류는 꾸준히 증가해 대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으나 천의 집권후 독립주장이 거세질 경우 양안 교류는 경직될 수밖에 없다.

천이 선거운동 기간중 펴낸 경제정책 설명집에서 중국과의 경제교류 확대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를 감안한 것이다.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 시장 잠재성 등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경제 교류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천은 집권후 중국과 ‘통신 교통 통상’을 할 수 없도록 하는 3불(不)정책을 폐기 또는 수정할 뜻을 밝힌 바 있어 오히려 국민당 정권보다 적극적으로 대륙과의 경제 교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양안간 직항노선을 개통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줄이고 싶어하는 대륙 진출 대만 기업인으로서는 반색할 얘기다.

천은 또 외국인에 대한 증시 개방을 당초 예정보다 1년이상 앞당겨 올 6월까지 단행할 것이라고 밝혀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그는 첨단 기술업체들을 육성하기 위해 ‘타스닥’을 신설하고, 현재 9시부터 12시까지만 허용하고 있는 증권 거래 시간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천의 경제 개혁 정책중 가장 큰 반발이 예상되는 것은 증권거래소득세(증소세) 신설 문제. 증권거래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대기업이나 큰 손 등이 증시에서 본 이익을 국가에서 환수하겠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대만대 금융학과 황다예(黃達業)교수는 “증소세는 국민당 정부가 기득권층의 압력에 굴복해 결국 실행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민진당은 증소세 도입을 비롯해 각종 경제 개혁정책을 도입할 때마다 과거 국민당과 똑같은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를 헤쳐나가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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