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風'총선 쟁점화]4黨 "의원-소속당 큰 타격" 촉각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16대 총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불어닥친 ‘병풍(兵風)’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야 각 당은 소속 의원이 이른바 ‘병역비리 리스트’에 포함됐는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면서 병역비리 수사가 선거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선거를 앞둔 사정(司正)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병역비리는 성질이 다르다는 게 각 당의 공통된 인식. 자식이 병역비리에 연루된 정치인은 물론 소속당도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병역비리 연루 정치인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은 ‘표정관리’를 하는 분위기. 다만 병역비리 수사가 ‘총선용 사정’의 냄새를 풍기지 않도록 선거와 수사를 분리하는 데 부심하는 모습.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이 17일 “60만 장병과 그 어머니들을 생각하면 정치인들을 빼놓고 수사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논평을 낸 것도 이같은 분리 전략의 일환.

○…가장 많은 소속의원이 병역비리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은 격앙된 분위기.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기대 밖으로 부진하자 지난 대선 때 톡톡히 재미를 본 ‘병풍카드’를 다시 내밀었다는 것.

검찰이 “이회창(李會昌)총재 아들은 소환대상에서 제외했다”는 불필요한 내용까지 공개한 것은 그같은 저의를 반영한다고 주장. 또 여권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에서의 부재자 투표를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원창(李元昌)선대위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병역비리 수사는 낙선대상자를 미리 선정해놓고 후보등록 마감 전에 발표해 타격을 주려는 전형적인 기획 공작수사”라며 “이는 현역군인들을 선동하려는 졸렬한 수법”이라고 비난.

○…자민련도 발끈하기는 마찬가지. 이한동(李漢東)총재는 이날 경기지역 지구당 개편대회에서 “신성한 병역문제가 특정 정파의 정치적 이해에 의해 이용되는 것은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

민국당은 “공명선거 분위기를 흐릴 수 있는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면서도 ‘병풍’이 선거판도 변화의 전기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예의 주시하는 중.

<박제균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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