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네거티브 운동' 선언하라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한달 남짓 남은 16대 총선 선거판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與野) 정당 지도부가 연일 고질적인 지역감정 부추기기와 색깔론 제기, 무책임한 폭로 공방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선거현장에서는 향응과 금품제공, 흑색선전 등 각종 탈법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회의원 뽑는 선거하려다 나라 전체가 결딴날지도 모를 지경이다.

지역감정 부추기기와 색깔론 제기가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때만 되면 여야의 지도급 인사들이 앞다퉈 지역감정을 유발하고 색깔론을 들먹여왔다. 청산되어 마땅할 이같은 구악(舊惡)의 행태는 이번에도 예외없이 나타나고 있다. 공동정권의 붕괴와 급조된 민주국민당의 출현으로 1여 3야의 지역대결구도가 분명해지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명예총재는 지역감정책임론에 이어 색깔론을 거론하고 나섰다. 김대중(金大中)정부 안에 찬탁파(贊託派)가 있다느니, 6·25전쟁에 대해 해괴한 발언을 한 장관이 있었다느니 하며 현정부의 색깔에 의문부호를 붙인 것이다. 그러나 JP는 그런 인사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다. ‘있다면 있는 줄 알면 되지. 뭘 그러느냐’는 식이다. ‘치고 빠지는’ 선동정치의 전형이다. 우리 사회 보수계층의 호응을 노리는 JP의 선거판 ‘단골메뉴’라고는 해도 50여년 전의 케케묵은 일을 이런 식으로 또다시 거론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JP는 지금은 갈라섰다고 해도 공동정권의 파트너로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그때는 조용히 있다가 이제와서 어쩌니 저쩌니하는 것은 ‘선거용으로 한건’하려는 것이란 비난을 받을 만하다.

애초부터 영남지역 정서에 기대어 급조된 민국당 인사들의 노골적인 지역감정 부추기기는 다시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하겠으나 더욱 볼썽사나운 것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을 줄줄이 찾아가 지지를 애걸하는 듯한 행태다.

아무튼 선거판이 이대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검찰과 선거관리위원회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고 해도 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민단체들의 운동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유권자가 심판한다지만 제대로 된 심판을 위해서는 최소한 게임의 룰은 지켜져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총선에 참가하는 모든 정당이 만나 지금의 퇴영적인 온갖 ‘네거티브 캠페인’을 중단할 것을 약속하고 이를 국민 앞에 선언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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