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올시즌 MVP 서장훈… "목표는 챔프"

  • 입력 2000년 3월 7일 23시 47분


‘슈퍼 골리앗’ 서장훈(SK 나이츠)은 6일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지난 시즌 MVP 이상민(현대 걸리버스)이 MVP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자 2m7의 커다란 덩치와는 걸맞지 않게 눈시울을 붉혔다.

그동안 내색은 하지 않았어도 적잖게 마음고생을 했기 때문.

98∼99시즌 프로농구에 데뷔한 서장훈은 용병들이 골밑을 휩쓰는 가운데 득점 3위와 리바운드 1위에 올라 국내선수들의 자존심을 세워줬지만 평생에 한번뿐이라는 신인상은 그에게 오지 않았다. 그는 당시 잠적해 팀과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 충격을 받은 집에선 차라리 이민을 가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올 시즌에 서장훈은 득점 2위로 올라섰지만 리바운드는 9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서장훈은 유효표 67표 중 60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MVP에 등극했다. 그의 꾸준한 기량과 팀을 8위에서 2위로 올려놓은 공헌도를 인정받은 셈.

서장훈의 현재 체중은 97㎏으로 평상시 체중보다 무려 10㎏이나 적게 나간다. 96년 1년간 미국유학에서 돌아와 연세대에 복학한 뒤 여름지옥훈련으로 103㎏이 나간 적은 있어도 두자릿수로 체중이 떨어지긴 이번이 처음. 한경기도 빠짐없이 45경기를 모두 최선을 다해 뛴 탓이다.

올 시즌 그는 단 3번만 덩크슛을 시도했다. 지난 시즌 9번보다 3분의 1로 줄어든 것. 왜 그럴까. 쓸데없이 체력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서장훈은 농구선수 중에서 대표적으로 두뇌회전이 빠른 선수로 통한다. 수비가 달라붙을 때는 미들슛으로 공략하고 상대 센터가 지친 기색을 보이면 거침없이 골밑을 유린한다.

서장훈이 농구공을 정식으로 잡은 것은 휘문중 2학년 때로 구력은 짧은 편이다. 이전에 서장훈은 잘 나가던 야구선수였다. 학동초등교 시절 4번타자와 내야수를 맡아 공식대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야구선수로 선린중에 진학한 서장훈은 공부도 잘해 공부와 야구를 병행했다.

그는 농구명문 휘문중으로 전학온 것을 계기로 야구공을 버리고 농구공을 잡게 됐다.

큰 경기를 앞두고는 숟가락도 조심스럽게 놓을 정도로 정리정돈에 신경을 쓰는 ‘깔끔파’ 서장훈. 그는 “농구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팀을 올 시즌 최종 챔피언에 올려놓기 위해 구의동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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