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교통선진국/새천년 운전예절]"서울서 운전하기 겁나"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나는 한국에 오기 전에 호주에서 운전을 배웠기 때문에 자동차 진행 방향이 정반대인 한국 도로에 적응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운전하기가 얼마나 힘드냐”고 물어보곤 했다. 사실 나는 서울에서 승용차로 다니는 법을 다시 배워야 했다. 알다시피 서울은 도로 이름만으론 특정 지점을 찾기가 매우 힘든 곳이다. 도시 전체의 구조를 알아야 겨우 찾을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다행히 헤맬 때마다 시민들이 친절하게 방향을 가르쳐 줬다.

운전을 하면서 서울의 도로에선 나름의 ‘법칙’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중 하나는 운전자들이 뒷차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른 차로로 급하게 끼어들거나 앞차를 추월하려고 속도를 높여 옆 차로로 갔다가 다시 차로를 바꾸는 경우도 많았다.

택시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한 편이었다. 모든 택시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도무지 양보를 하려 하지 않았다.

환자를 실은 병원 구급차가 지나가도 재빨리 길을 비켜주지 않는 차들이 많았다. 이는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에겐 ‘사망선고’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승용차로 부산과 전남 목포를 다녀오기도 했고 최근엔 서울 인근의 유원지를 찾기도 했다.

봄이 다가왔으니 이제는 경북 안동이나 충청도 시골을 찾아 한국의 문화와 역사,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계획이다. 그럴 때마다 나를 무섭게 째려보는 운전자보다는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는 한국인을 만나고 싶다.

리차드 뉴만(주한 호주대사관 정치담당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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