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고(Go)'/어디로 튈지 모르는 겁없는 아이들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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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또 뭐하고 놀지?”

한가하기 짝이 없는 이 말은 영화 ‘고(Go)’에서 거의 죽을 뻔한 사건을 겪고도 여전히 놀기만 좋아하는 아이들의 마지막 대사.

‘고’는 무모한 일을 저지르며 속도 빠르게 달려가는 젊은이들의 코믹한 모험 활극이다. 여섯 살 때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27세의 젊은 감독 덕 라이먼은 24시간 안에 수없이 많은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복잡하게 꼬았다가 오차없이 푸는 능란한 솜씨를 보여준다.

영화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수퍼마켓에 모여든 남녀들이 어설픈 마약 거래 사건에 휘말리면서 시작된다. 집세 낼 돈을 벌기 위해 수퍼마켓에서 일하다 환각제를 사달라는 심부름을 떠맡은 로나(사라 폴리 분), 로나에게 수퍼마켓 계산대를 떠맡기고 라스베이거스로 놀러간 사이먼(데스몬드 애스큐), 로나에게 환각제를 사달라고 부탁한 아담(스콧 울프)과 잭(제이 모어). 영화는 비디오를 돌려감는 것처럼 사건이 시작된 수퍼마켓으로 여러 번 다시 돌아가고, 세 팀의 입장에서 사건이 재구성된다.

시간의 연속성을 깨뜨리고 예측 불허의 방향으로 사정없이 튀는 세 편의 이야기를 뒤섞어 놓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사건들을 교차시키는 이야기 전개방식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을 연상시킨다. 한없이 가볍고 노골적이지만, 감독의 재기발랄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18세 이상 관람가. 11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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