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간 유전자 지도 완성되면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인간이 지닌 유전 정보를 밝혀줄 유전자 지도가 2개월 안에 완성된다고 한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엊그제 밝힌 대로라면 인간 세포 안의 유전자 배열 순서가 완전히 파악됨으로써 앞으로 인체의 비밀도 해독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5개국 국제연구팀이 인간의 23쌍 염색체 중 22번째 염색체의 유전자 배열지도를 완성한 게 지난해 12월이었는데 불과 수개월 만에 전체 지도를 완성하게 된다니 세계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다해서 곧바로 의학이나 생물공학의 혁명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도는 유전자의 배열과 구조 등 외형적인 것이고 각각의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아직도 대부분 수수께끼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지도를 바탕으로 인간이 지닌 10만개 유전자의 기능을 파악해내는 것이 과학계의 남은 일이다. 이 작업에는 20∼30년이 걸리리라는 분석도 있지만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만 유전자 지도의 완성은 이를 통해 암이나 당뇨병 정신분열증 에이즈 같은 난치병 치료에 바짝 다가설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획기적인 일이다. 질병세포 제거와 새로운 세포 주입과 같은 방식이다. 이같은 생명공학의 발전을 통해 인류는 보다 나은 미래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 지도 완성과 그에 따른 유전관련 연구에는 부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유전자 정보 조작을 통해 사람의 피부 머리카락 등이 변하게 될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인간복제로도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유전자 연구가 벌써부터 상업적 경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벤처기업은 지난해말 유전자 지도의 97%를 해독했다며 올해 상반기중 완성을 자신했고 한 제약회사는 유전자와 관련해 450개의 특허권을 따냈다고 한다. 미국 등 국제연구팀이 연구완료시기를 당초 2005년에서 여러 번 앞당겨 2개월 내에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고 내용도 무료 공개한다고 밝힌 것도 기업과의 특허권 분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연구의 완성을 바라보는 우리 연구계는 심정이 그리 편치 않을 듯싶다. 우리나라에는 1996년에야 생명공학연구소에 게놈사업단이 생겼지만 인력과 연구비 부족 때문에 올해 들어서야 실질적으로 게놈 연구에 들어갔다고 한다. 선진외국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져 있는 것이다. 유전과 관련된 사업에서의 국제경쟁력 확보라는 차원에서 국가 기업 그리고 연구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