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매각 특혜설]정희자씨 "못판다" 계약 거부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한나라당 홍사덕의원이 제기한 포천 아도니스골프장 특혜 매각설의 진상은 ‘계약이 파기됐다’는 조풍언씨의 주장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지분 80% 김우중씨 부인 소유▼

골프장 매각은 지난해 7월 대우사태가 표면화돼 정부 및 채권단이 김우중 전대우회장에게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다”며 계열사 매각을 다그치던 급박한 시기에 추진됐다. 김전회장은 골프장 지분 80%가 부인 정희자 대우개발회장 소유로 돼있는데도 강력한 자구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아도니스의 매각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상대방은 김전회장의 막역한 경기고 후배인 조씨였다.

대우 구조조정본부는 같은 해 11월 매매계약이 체결된 지 한달 여만에 ‘인수자는 재미교포 사업가’라고 확인하면서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37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조씨도 1일 본지와의 회견에서 확인했다.

당시 구조조정본부 임원들은 “매각은 시간에 쫓긴 김전회장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유중이던 정희자씨가 귀국해 매각사실을 알고는 “절대로 팔 수 없다”며 김전회장이 대신 서명했던 계약서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도금까지 건네진 골프장 매각은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김전회장이 서명한 매매계약서가 법적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계약은 자연히 파기될 위기에 몰린 것. 정회장은 지금도 “누구한테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자산 1400억원대인 아도니스골프장은 현재 개인 법인 합쳐 800명 정도의 회원에게 각각 1억8000만원과 3억원씩에 회원권을 분양했다. 이들 부채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조씨가 인수하려 했다면 ‘114억원이란 매각대금도 헐값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

▼계약파기 주장 무게 실려▼

회원권을 추가 분양해 자금을 끌어들일 수도 있지만 이 경우 회원증가로 골프장 사용이 어려워져 회원권 유통가격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기존회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게 돼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

아도니스골프장 측은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대로 조씨가 인수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고 밝히고 “아직 한번도 조씨를 본 적은 없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대우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시간에 쫓긴 김전회장측이 설익은 매매계약을 언론에 공개했지만 정회장의 반발로 매매가 무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