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다우지수는 '株미국' 지수 아니다

  • 입력 2000년 2월 28일 19시 51분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가 지난해 3월 사상 처음으로 10,000선을 돌파하자 미 증권사 메릴린치는 신문에 전면광고를 냈다. ‘인류의 위업’이라는 표제 아래 주가 변동 그래프를 실었다.

그로부터 1년이 안된 25일 다우지수는 10,000선을 다시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방향이 반대였다. 조만간 ‘인류의 실패’라는 표제가 달린 광고를 신문에서 보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다우지수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 경제의 호황을 잠재우려다가 실패했던 96년 12월에 비하면 여전히 50% 이상 높다. 또 다른 주가지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1년 전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경제’의 선도자로 불리는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대체로 상승세다.

이처럼 지수 동향이 다소 다른 것은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월가의 관심은 그린스펀의장이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의 경제를 어떤 기업들이 주도하느냐는 것이다.

미 증시의 전반적인 동향을 이야기할 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다우지수를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다우지수가 ‘주식회사 미국’의 예상수익을 보여주는 지수라고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다우지수는 ‘다우 회사(다우지수 산정시 포함되는 30개 대기업)’의 예상수익을 나타내줄 뿐이다. 미국이 계속 호황을 누리는 것만으로는 다우지수의 상승을 보장할 수 없다. 다우지수가 계속 상승하려면 미 경제가 계속 번창하는 동시에 ‘다우 회사’들이 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수십년 뒤에도 ‘주식회사 미국’에서 차지하는 ‘다우 회사’의 비중이 지금과 같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벤처기업이나 나스닥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왓스잇닷컴(whatsit.com)이 내일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될 가능성이 높고 오늘날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심지어 MS조차 내일의 시어스나 로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우지수 상승 맹신자들은 신경제에도 구기업이 계속 판을 칠 것으로 믿는다. 첨단기술주 투자자들은 미 경제의 미래를 신규 하이테크 기업이 좌우할 것으로 믿는다. 누구의 판단이 옳은 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옳을 수는 없다. 어쨌든 다우지수의 하락은 미 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는 아니다. 미 경제가 완전고용과 낮은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는 한 다우지수가좀 떨어져도 그다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리〓김태윤기자> 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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