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기흥/美서 보는 '한국의 人權'

  • 입력 2000년 2월 27일 19시 21분


미국 국무부가 25일 발표한 연례 세계 인권보고서의 한국 관련 부분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피의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자백 강요 및 조사 과정에서의 구타 협박 등이 일부 보고되고 있고 국가보안법에 문제 조항이 있다는 것 등이 지적됐으나 대체로 한국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고 있으며 각종 인권 침해 행위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국무부 인권보고서가 다룬 다른 180여 국가의 상황과 비교해도 그리 눈길을 끄는 내용은 아니었다. 미국의 주요 언론도 중국 콜롬비아 코소보 동티모르 등을 대표적인 인권 탄압 및 침해 사례로 보도했을 뿐 한국의 인권상황을 문제삼지는 않았다.

과거 한국의 군사독재정권 시절 한국관련 보고서가 고문 가혹행위 의문사 및 민주화운동과 언론 노동탄압 등으로 가득 차고, 보고서 내용이 외국 언론에도 대서특필됐던 것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주미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의 내용에 우리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예민하게 대응하던 시절은 이제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가 다룬 내용은 이미 한국 국민이 잘 알고 있는 것이어서 새삼 미국의 평가를 빌려 우리의 인권상황을 돌아보면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도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는 하고 있으나 과거에 비하면 거의 관심이 없다고 할 정도의 작은 기사로 취급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인권상황이 완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힘없는 사람들의 인권이 무시되는 사례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도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의 한국 관련 부분이 국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않게 됐다는 것은 점진적으로나마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한기흥 <워싱턴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