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파이낸스의 위험한 유혹

  • 입력 2000년 2월 24일 19시 40분


“주식 단타자금을 빌려 드립니다.”

높은 이자로 투자금을 빌려주면서 단기매매를 부추기는 음성적 금융 사조직이 번성하고 있다. 정보가 빠른 증권사 직원과 프로 증권투자맨들이 사금융을 통해 자금을 빌려 초단타 매매에 사용하고 있는 것.

돈을 빌려주는 곳이 제도권 금융기관이 아닌 사금융 조직인데다 거래방법도 파격적이어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1000만원 넣으면 3000만원 대여〓증권사 직원 K씨는 나름대로 확실한 종목을 찍었지만 투자할 돈이 없어 한 파이낸스사에 1000만원을 맡기고 3000만원을 빌렸다. 거래조건은 보증금(계약이행금)으로 1000만원을 넣고 월3% 이자에 3000만원을 빌리는 것. 별도 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또 하나 조건은 이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 K씨는 주가가 확실히 뜰 것 같은 A사 주식을 3000만원어치 샀다. 계좌는 파이낸스사를 통했다.

이 주식은 3일 만에 주가가 30%나 올라 3900만원이 됐다. K씨는 ‘이 정도면 됐다’며 주식을 처분했다. 그가 손에 쥔 투자수익은 선이자(3%) 90만원을 제한 810만원. 거래기간에 상관없이 일단 매매가 되면 3% 이자를 뗀다. 1000만원으로 투자해 3일 만에 81%의 수익률을 올린 셈.

▽30% 떨어지면 보증금 모두 날려〓매력적인 방식에 솔깃해 역시 이 회사를 찾아간 B씨. K씨처럼 1000만원을 맡기고 3000만원을 빌려 ‘잘 나간다’는 주식에 투자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단번에 20%나 떨어졌다. 파이낸스사는 즉각 보증금을 더 갖고 오지 않으면 주식을 내다팔겠다고 통보해왔다. 추가보증금 넣기를 포기했더니 다음날 통장으로 10만원이 들어왔다. 주가가 30%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손절매를 당한 것. 투자금 3000만원 중 2100만원이 남아 집어넣었던 보증금 1000만원 중 900만원이 날아갔다. 손해를 보더라도 대여금 3000만원에 대해 선이자 90만원을 떼기 때문에 달랑 10만원만 남았다. 투자손실률이 99.9%.

▽그러나 분쟁은 없다〓‘대박’이 터지든 ‘쪽박’을 차든 이 거래에서 분쟁은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어차피 단타매매를 위해 돈을 빌렸고 프로세계에서 나중에 손해봤다고 하소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자금의 주요 이용자는 주식투자 정보를 쉽게 접하는 증권사 직원과 프로화된 투자자들이다.

주식투자계좌는 파이낸스사측 명의로 돼 있고 사자 팔자 주문도 회사측이 낸다. 명동 사채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철저히 개인 차원에서 점조직 비슷하게 알음알음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규제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명동 마포 등에서 성행〓이 방법으로 투자 가능한 종목은 부도기업이든 코스닥이든 제한이 없다. 신용투자나 미수금 투자와 달리 투자대상에 규제가 전혀 없는 것. 따라서 초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고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하는 셈이다.

돈을 빌려주는 파이낸스사측은 돈을 뗄 염려 없이 앉아서 떼돈을 벌게 된다. 주식이 담보가 되는데다 일단 매수 매도가 한차례 성사되면 투자기간이 아무리 짧아도 3% 이자를 떼기 때문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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