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심재학, 강타자로 거듭나기 '구슬땀'

  • 입력 2000년 2월 24일 19시 39분


타자가 투수로 변하는 게 어려울까, 아니면 투수가 타자를 하는 게 어려울까.

1년간 ‘외도’를 해본 현대 심재학(28)은 “타자에서 투수로 변신하는 게 훨씬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98년까지 ‘잘 나가는’ LG의 4번타자였다. 고려대 재학시절의 명성에 비하면 프로에 들어와 썩 뛰어나게 야구를 잘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팀에서 중심타자로서의 몫은 제대로 해냈었다.

그런 심재학의 99시즌 투수 전업은 LG 팬들로선 ‘쇼킹’했던 사건. 심재학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이미 내려진 코칭스태프의 결정이라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다.

시즌 초반에는 가능성도 보였다.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140㎞대의 직구와 커브가 괜찮았고 왼쪽투수라는 이점도 더해졌다. 하지만 10년씩 투수를 해도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든’ 곳이 바로 프로의 세계.

단순한 구질이 노출된데다 갑작스러운 보직변경으로 어깨통증에 시달린 심재학은 곧바로 ‘2류투수’로 전락했고 3승3패 평균자책 6.33을 남기고 중반이후 1군에서 사라졌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곧바로 이어진 현대 투수 최원호와의 트레이드. 연말엔 병역특례로 4주간 군사훈련을 받았다.

99시즌 한해동안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겪었던 심재학은 이제 현대에서 타자로 ‘재탄생’을 차근히 준비하고 있다.

투수로 보직이 바뀐 이유도 자신이 ‘확실한 타자’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지 못했던 것인 만큼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방망이 실력을 갖추기 위해 스프링캠프장인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몸무게가 7㎏이나 빠져 현재 88∼89㎏을 유지한다는 심재학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라며 “좋은 경험이었다고 본다.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수읽기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 타자로의 적응도 빨리 되고 있다”며 의욕적이다.

김재박감독은 “훈련하는 자세가 진지해졌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본인이 열심히 하려고 하니까 올해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브래든턴(미국플로리다주)=김상수기자>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