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YS '침묵'의 의미는?

  • 입력 2000년 2월 22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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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16대 총선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로 촉발된 정계의 이합집산이 어지럽게 진행되고 있다. 어제 이수성(李壽成) 신상우(辛相佑) 장기표(張琪杓)씨가 신당 창당 선언을 함으로써 한 가닥이 잡힌 듯도 싶으나 이것으로 이합집산이 정리되리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당장 탈당해 신당 창당에 나설 것 같던 조순(趙淳)한나라당명예총재와 이기택(李基澤) 김윤환(金潤煥)고문 등이 다시 주춤한 것 같아 보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이 한데 뭉치기에는 각자의 정치적 입장과 이해에 미묘한 편차가 존재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반(反) DJP-반 이회창(李會昌)’과 ‘민주적 전국정당’을 앞세운다. 그러나 이들의 대부분은 영남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런 만큼 지역당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더구나 이들이 규합하려는 세력의 중심은 여야(與野) 정당의 공천 탈락자들로서 그들 중 다수가 총선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낙천 낙선대상자로 거론된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신당 창당의 계기와 명분이야 어떻든 새 인물에 의한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 여론과 시대적 요구에 과연 제대로 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정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물들이 중심이 되어 정치 개혁의 목청을 높이는 것은 아무래도 그 모양새나 설득력에서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지 않겠는가.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들 세력이 김영삼(金泳三·YS)전대통령의 도움을 노골적으로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YS가 힘을 실어주면 세 확대는 물론 특정지역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YS는 아직 ‘침묵’하고 있다. 영남권 민심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가 자칫 현정권에 어부지리가 되지 않을까 ‘계산’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정세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라면 보다 대국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현정권에 대한 반감과 야당에 대한 불만을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특정세력을 지지하고 나설 경우 망국적 지역주의에 부채질을 하고 청산돼야 할 ‘3김식 정치구도’를 연장시키는 것은 아닐지 숙고해야 한다고 본다. YS의 ‘침묵’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원대한 ‘계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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