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부동산 중개료 바가지 극심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3월초 결혼을 앞두고 신혼살림집을 구하러 다니는 이모씨(28·서울 성북구 돈암동)는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제각각 다른 중개수수료를 요구받았다. 전셋집은 똑같이 9500만원인데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H부동산은 임대료의 0.8%를,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P부동산은 0.5%를 달라고 했다.

“법정 수수료(0.3%)보다 비싸다고 하면 업소에선 버럭 화를 내며 다른데서 알아보라고 한다”고 이씨는 호소했다.

본격적인 이사철을 앞두고 ‘복덕방 바가지’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사철마다 “부동산중개수수료 과다요구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솜방망이 제재’에 그쳐 중개수수료 횡포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지난해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서 주택거래 경험이 있는 514명을 대상으로 부동산중개수수료 실태를 조사한 결과 83.6%가 법정기준보다 초과지불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중개수수료 과다징수로 인해 건설교통부로부터 제재 및 처벌을 받은 업소는 20여건에 불과했다.

또 3명 중 1명 꼴로 중개업자의 잘못 때문에 주택하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 비싼 수수료 ▼

대전의 김모씨는 지난해 단독주택을 5000만원에 매입하면서 중개업자로부터 200만원의 수수료를 요구받아 결국 150만원을 지불했다. 이는 법정기준인 20만원의 7.5배에 해당하는 금액.

소보원 조사결과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주택매매의 경우 법정기준의 2.3배, 임대차는 1.7배를 수수료로 요구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매매에서 법정기준의 평균 1.94배를, 임대차의 경우 1.45배를 지불했으며 2배가 넘는 수수료를 낸 사례도 20.7%나 됐다. 주택 매매가격이 1억2000만원인 경우 법정기준 수수료는 36만원이지만 실제로는 70만원 가량을 지불한 것.

▼ 서비스질 엉망 ▼

그러나 과도한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중개업자들은 거래 물건의 기본사항(소재지 면적 건축연도 등), 권리관계(소유권 전세권 저당권 등), 거래조건(공시지가 등)에 대해 설명하는 기본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권모씨(32)는 서울 W부동산중개소의 과실로 전세계약금을 날렸다.

“등기소가 서류정리 중이라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을 수 없으니 추후 발급받아 확인 후 법적 하자가 있으면 무효로 하자”는 중개인을 믿고 계약했으나 확인 결과 이미 8000만원의 근저당 설정과 가압류가 돼 있었던 것.

소보원 조사에 따르면 이같이 중개관련 피해를 본 사람은 부동산 거래자의 30.9%. 중개업자의 확인 및 설명 소홀로 현장방문 때 보지 못한 주택하자를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57.5%로 가장 많다. 또 주택면적이나 권리관계, 거래조건이 당초 설명과 달랐던 경우도 각각 12.7%나 됐다(이상 복수 응답).

▼ 해결책은 없나 ▼

부동산중개수수료는 각 시도의 조례로 정해져 있다(표 참조). 현행 부동산중개업법은 법정 한도액을 초과하는 중개수수료를 받은 업소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소보원측은 “법정 수수료보다 많은 돈을 지불한 경우 영수증을 받아두면 관할구청 지적과 등에서 차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수수료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중개수수료율 미준수 및 영수증 미교부 등 부동산 중개업자의 위법행위에 대해 단속을 철저히 하고 중개관련 사고발생시 소비자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구체적 내용을 중개계약서에 명기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지적이다.

한편 이에 대해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중개 수수료가 미국 일본에 비해 지나치게 낮으며 현행 중개수수료율이 1984년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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