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수잔 맥도널드/교육열기 일류, 방법은 삼류

  • 입력 2000년 2월 15일 20시 15분


어느덧 한국 생활이 5년째로 접어들었다. 외국인이면서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할 만큼 바뀌어버린 사실에 스스로 놀랄 정도다. 이젠 한국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나름대로 헤아려 볼 줄 알게 됐고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겨 기쁘다.

나는 스코틀랜드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1970년대 후반 부산항 건설 엔지니어링 책임자로 근무했다. 어머니는 젊었을 땐 모델 활동을 했다. 내가 5세 때 미국 버지니아 비치에서 부산으로 이사했는데 둘 다 해안도시여서 그런지 전혀 낯설지 않았다.

금세 한국 소꿉친구들과 어울려 놀았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벽안(碧眼)의 소녀를 신기해하는 동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더 사투리를 썼던 기억이 난다. 이 때 배운 전통 부채춤 덕분에 고등학교 때 ‘미인 재능선발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

어린 시절 5년간 한국 생활이 늘 향수처럼 떠올라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다시 돌아왔다. 대학 때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외교관계 등에 관해 많은 공부를 했고 지금은 서울대에서 한국학 석사과정을 밟는다.

나를 만나는 한국인들은 두 번 웃는다. ‘맥도널드’란 내 성(姓)에 패스트푸드점이 연상되는지 웃음을 터뜨리고 외모와 달리 어머니가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신기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증을 표시하면서도 나쁜 점을 말하면 마치 모욕을 당한 것처럼 반응한다. 건설적인 비판은 어느 사회에나 필요한데 말이다.

강의를 하면서 많은 학생과 교수 교사들을 만난다. 한국인의 의식구조나 교육제도 등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교육을 강조하는 한국인의 가치관을 존경한다. 국민의 90% 이상이 글을 읽고 쓴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서구사회도 배워야 할 대목이다.

한국인들은 교육에 관한 한 미국을 너무 맹신하는 것 같다.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이 모두 미국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유학을 가려고 야단이다. 추구하는 교육의 강도나 정도가 나라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

한국사회는 학업성적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단순 암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고 창조적 사고를 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시험기계 인간’으로 만드는 학교 공부에 무슨 흥미를 느끼겠는가.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아이들을 떠미는 학부모들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뿐이다.

나는 세미나 등을 통해 문화차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을 하며 큰 보람을 느낀다. 미국식 정찬식탁 매너, 옷입기, 에티켓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서양인과 한국인의 문제해결 방식의 차이점을 알도록 한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흐뭇하다.

한국생활이 모두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꼬리뼈 이상으로 인한 통증을 맹장으로 오진해 실제로 맹장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 건강에 큰 이상은 없어 덮어뒀다. 그러고 보면 나는 한국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 미국인은 아닌가 보다.

나는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꽤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의 영어교육은 문법과 해석 위주로 이뤄져 발음 억양 듣기 말하기 등 생활영어에 너무 소홀했다. ‘영어 열풍’ 덕분에 토익점수는 900점 대이면서도 외국인과 간단한 인사말 몇마디 하고는 말문이 막히는 사람들을 흔히 본다. 영어교육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나는 한국과 미국의 두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준 부모님에게 늘 감사하며 산다. ‘반쪽의 조국’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잠재력이 아낌없이 발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다소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했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란다.

△1971년 미국 버지니아주 출생 △95년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졸업 △95∼97년 한누리 살로먼증권 정치분석가 △97년∼현재 EBS 영어강사

수잔 맥도널드 susanma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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