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全씨 일가의 출마

  • 입력 2000년 2월 15일 19시 33분


엊그제 동남아 4개국 순방길에 나선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이 김포공항에서 한 말이 재미있다. “권력을 잃고 나니 말 듣는 사람도 없고, 내가 이제 통솔력이 없어진 것 같다. 정치를 하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그런다.” 명색이 전직 대통령인 전씨의 말도 안 듣고 자기들 마음대로 그런다는 것은 전씨의 동생인 경환(敬煥·58)씨와 사위 윤상현(尹相炫·39)씨를 두고 한 말이다. 두 사람이 자기가 말리는데도 4월 총선에 출마한다고 하니 알아서 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경환씨는 대구 달서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하고, 윤씨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서울 동작을에 나선다고 한다.

▷전경환씨는 5공 정권의 ‘관직 없는 권력 2인자’였다. 형의 집권 직후 청와대 경호실 보좌관에서 새마을운동중앙본부 사무총장을 거쳐 회장에 오른 그는 한때 말 그대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둘렀다. 결국 그는 5공이 끝난 뒤 거액의 새마을공금을 횡령하고 기업가들로부터 각종 이권 청탁과 관련해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84∼87년 ‘소값 파동의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83년 당시 새마을운동중앙본부측에서 외국소를 더 들여오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해 소값이 폭락했다는 거였다.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그는 3년3개월 만인 91년 6월 풀려났다. 전씨는 96년 15대 총선 때에도 출마하려다가 중도포기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전직 대통령인 형의 만류를 무릅쓰고 출마하기로 한 모양이다. 물론 사면복권된 이상 출마하고 안하고는 어디까지나 그의 자유의사에 속한다. 남은 것은 유권자의 심판이다. 동생 경환씨가 그럴진대 사위 윤씨의 출마야 더 뭐라 하겠는가.

▷보통사람들은 추징금 미납액이 2000만원 이상이면 출국이 금지된다. 전두환씨의 추징금미납액은 무려 1892억원으로 미납액 랭킹 1위다. 그러나 그는 전직대통령으로서 버젓이 출국했다. 2000년 벽두 전두환씨 일가의 모습이다.

<전진우논설위원> 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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