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1세기 도전]환경산업/재활용 100% 신화에 도전

  • 입력 2000년 1월 26일 19시 08분


환경산업에 관한 일본의 모토는 ‘이코+이코’다. ‘이코노미(Econo-my·경제성)’와 ‘이콜로지(Ecology=환경친화성)’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경제성을 위해서는 환경을 어느 정도 무시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이제 일본에서 통하지 않는다. ‘환경친화적’이라는 것 자체가 상품판매와 기업의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의 환경관련 규제도 대폭 강화됐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기업 자체가 존립할 수 없다. 그래서 일본의 환경산업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환경산업기술이 머지않아 일본의 강력한 ‘수출상품’이 될 것이라는 장담도 그 때문이다.

일본 기업의 노력은 두가지. 재활용(리사이클링)과 새로운 환경친화상품의 개발이 그것이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 일본자동차정비진흥연합 등 자동차관련 9개 단체와 통산성은 폐차 재활용을 지원하는 재단을 연내에 설치키로 23일 합의했다. 이 재단은 현재 75%인 폐차 재활용률을 2002년 85%, 2015년 95%까지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다.

자동차 회사들은 미래형 자동차(클린자동차) 개발에도 사운을 걸고 있다. 그 핵심은 연료전지개발이다. 물에 전기를 통하면 산소와 수소가 발생하는 원리를 역이용해 산소와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무공해 차다.

미쓰비시자동차가 미국 포드 등 외국자본과 제휴하려는 가장 큰 이유도 환경친화형 차세대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혼자서 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통산성 산하 공업기술원은 ‘뉴 선샤인’ 계획 아래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전신전화(NTT)는 못쓰게 된 광케이블로 시멘트원료를 만들고 폐카드를 부숴 타일을 만든다. 홋카이도(北海道)의 한 마을에서는 폐건전지로 벽재를 만들고 있다. 재활용 아이디어는 끝이 없다. 게다가 요즘엔 ‘100% 재활용’을 목표로 설계나 재료조달 때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는 ‘제로 에미션(폐기물 제로)’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 가전업계는 내년 4월 발효되는 가전 재활용법(특정 가정용기기 재상품화법) 때문에 비상이 걸려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가전업계는 에어컨 TV 냉장고 세탁기 등 4대 가전제품에 포함된 철 알루미늄 구리 아연 주석 유리의 50∼60%를 회수해 의무적으로 재사용해야 한다. 이에 맞춰 히타치는 ‘도쿄 에코리사이클’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내년 봄부터 운영한다고 25일 발표했다. 컴퓨터도 머지 않아 이 법의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컴퓨터제조업계는 자율적으로 회수율을 정해 재활용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정부의 새로운 규제도 크게 늘고 있다. 그 가운데 △용기포장 재활용법(4월 시행·통산성) △건축폐기물 재자원화(연내 법제화·건설성) △의료폐기물 재활용 강화(후생성) △음식물 쓰레기 비료 사료화(2002년 시행목표·농림수산성) △야외소각 전면금지 추진(환경청)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쾌적한 삶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가 환경문제다. 정부는 △2002년 다이옥신 배출량 9할 감량 △2003년 온실효과 관측용 성층권 비행선 활용 △2004년 지구규모의 고도해양감시시스템(ARGO)작동 △2005년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 및 주택 등에 대한 연료전지시스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자력 사고에 대한 공포는 대체에너지 개발 노력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30일 도카이무라(東海村) 핵연료처리공장에서 발생한 임계사고로 자연에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본은 제2차 오일쇼크 직후인 1980년 ‘석유대체 에너지개발 촉진법’을 만들고 ‘신에너지 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와 ‘신에너지재단(NEF)’을 설립해 대체에너지개발 및 홍보활동을 벌여왔다. 현재 NEDO는 태양광 태양열 풍력 온도차 폐기물을 이용한 다양한 발전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도호쿠(東北)전력그룹은 아키타(秋田)현 노시로(能代)에 풍차 24대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키로 하고 이를 전담할 새 자회사를 설립키로 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대체에너지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대를 연 것이다.

대체에너지 공급률은 1995년 일본 전체의 에너지 공급량의 1%에 불과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올해 2.0%, 2010년에는 3.0%로 높일 계획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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