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1세기 도전]생활속의 IT혁명

  • 입력 2000년 1월 24일 18시 34분


일본의 정보기술(IT)혁명은 일상생활에도 이미 파고들었다.

인터넷을 활용한 전자상거래(EC)회사를 비롯해 인터넷증시(ECN) 인터넷은행 인터넷서점 인터넷슈퍼마켓 설립계획이 올해초 잇따라 발표됐다. 디지털가전과 디지털방송, 차세대 이동통신도 성큼 다가왔다.

일본 최대 편의점업체 세븐일레븐저팬은 NEC 소니 미쓰이물산 등과 제휴해 서적 여행티켓 연주회티켓 등의 전자상거래를 운영할 ‘7dream.com’을 다음달 설립한다. 일본에서 대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EC시장에 뛰어든 것은 처음이다. 일본 편의점업계 3위 패밀리마트는 서클케이저팬 미니스톱 등 중소 편의점업체와 제휴해 4월에 EC시장에 참여한다. 소프트방크와 히카리통신 등은 인터넷 등으로 주문받아 식료품과 일용품 장난감 등 4000여개 품목을 가정에 배달하는 인터넷 슈퍼마켓을 4월에 개설한다.

금융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미쓰이물산 등은 일본 최초의 인터넷증시를 만든다. 다이이치칸교은행 스미토모은행 니혼생명 후지쓰는 올해 안에 인터넷은행을 설립한다. 야마토운수와 구리다출판판매가 공동출자한 ‘북 서비스’는 책을 검색하는 컴퓨터 화면에서 바로 주문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놓았다.

이런 움직임들은 물류와 결제기반 취약으로 부진했던 일본의 EC시장이 향후 몇 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통산성은 지난해 1900억엔이었던 일본의 EC규모가 4년 후에는 16.6배인 3조1600억엔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NEC 니시가키 고지(西垣浩司)사장은 “EC분야에서 일본은 미국보다 3∼5년 늦지만 올해말에는 차이가 1년정도로 축소될 것”이라며 “이제 미국은 일본의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미국을 추격해야 하는 전자상거래와 달리 디지털가전과 차세대 이동통신분야는 일본의 경쟁력이 미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 이들 분야에서 일본은 올해를 ‘본격적인 이륙(테이크오프)의 원년’으로 잡고 있다.

올해 안에 소니는 30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는 차세대형 비디오, 인터넷을 통해 음악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휴대용 음악플레이어를 내놓는다. 마쓰시타전기는 인터넷으로 요리 리시버를 작동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를, 일본빅터는 디지털영상을 최장 24시간 기록할 수 있는 디지털레코드를 시판할 예정이다. 일본 디지털가전의 경쟁력은 일본의 강점인 제조업이 디지털과 접목되기 때문이다.

특히 NHK방송이 12월 시작하는 위성방송(BS)디지털방송은 일본 디지털가전붐에 불을 붙이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올해말부터 10년간 16조엔 규모의 신규 디지털 가전수요가 예상된다. NHK 에비사와 가쓰지(海老澤勝二)회장은 “75년간의 일본방송역사에 획기적 이정표가 될 디지털방송 개시는 TV를 ‘보는 것’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바꾸면서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2006년까지 모든 지상파방송도 디지털로 바뀐다.

휴대전화 등 휴대정보단말기(PDA)로 인터넷에 접속해 각종 정보를 얻고 금융거래와 전자쇼핑을 하는 ‘M 커머스(Mobile Commerce)’시대의 도래를 일본은 반기고 있다. 기존 정보통신의 근간인 PC가 정보처리기능을 제외한 영역을 PDA에 넘겨주는 추세다. M 커머스에 대한 자신감은 휴대전화의 폭발적 보급이라는 기반이 구축된데다 운영체계 소프트웨어(OS) 등을 거의 전적으로 미국기술에 의존하는 PC와 달리 PDA의 핵심기술은 오히려 일본이 한 수위라는 점에 기인한다.

간이형 휴대전화(PHS)를 포함한 일본 휴대전화 보급대수는 작년 7월 5000만대를 돌파했고 올해말에는 6000만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전체인구 2명 중 1명꼴이다. 이동통신시장 매출액은 93년 8881억엔에서 작년에는 6조7114억엔으로 늘었다.

NTT도코모는 휴대전화를 통해 각종 금융거래와 티켓예약, E메일 송수신이 가능한 ‘i모드’ 서비스를 작년 하반기에 시작해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말까지 i모드 가입자는 40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다른 통신업체도 ‘스카이웹’ ‘cdma One’ ‘EZ웹’ 등의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내년 3월 NTT가 세계 최초로 시작하는 차세대 이동통신 시스템 ‘IMT 2000’은 디지털과 이동통신이 결합한 분야에서 일본의 경쟁력 우위를 뚜렷이 보여줄 것 같다. 이 서비스가 시작되면 세계 어디에서나 자신의 이동단말기로 음성전화, 인터넷접속, 오디오와 비디오 송수신, 화상전화 등 멀티미디어 통신을 할 수 있다. 통신서비스의 결정체인 IMT 2000은 21세기 들어 인류가 컴퓨터와 인터넷 이동통신기술을 결합해 피워낼 첫 번째 꽃으로 불린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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