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타워]임규진/말장난 '일자리 창출'

  • 입력 2000년 1월 18일 20시 23분


정부가 18일 발표한 ‘200만개 일자리 창출’을 놓고 해석상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03년까지 4년간 매년 평균 50만개씩 총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실업자를 70만명내외까지 낮춰 3%대 실업률을 달성하겠다는 것.

작년 11월말 기준 실업인구가 97만명이므로 정부의 의지없이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현재의 취업추세가 유지될 경우 2003년말 실업자 70만명을 위해서는 30만개의 일자리만 순증되면 충분하다.

따라서 정부말대로 2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이를 채우기 위해서는 4년간 현재의 취업자중 170만명이 추가로 실업자로 전락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미 구조조정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추가 실업자가 이처럼 많이 발생할 리 없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200만개 일자리 창출이란 취업자수 증가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취업자수가 작년 11월말 현재 2111만명에서 2003년말 2311만명으로 늘어나면서 200만개의 일자리가 필요해진다는 의미라는 것. 구체적으로 경제활동인구가 같은 기간 2208만명에서 2378만명으로 170만명정도 늘어나고 실업자는 97만명에서 67만명수준으로 30만명 정도 줄어들면서 200만개의 일자리가 필요해진다는 계산이다.

이는 200만개 일자리창출이 경제성장에 따른 취업자 증가를 의미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굳이 일자리창출을 얘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취업자수는 98년 11월말 1993만명에서 99년 11월말 2111만명으로 118만명이 증가했다. 정부식 계산대로라면 이미 작년 1년동안 정부가 11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셈이다.

물론 정부가 정책운용을 잘하면 성장도 좋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마치 200만개 일자리를 직접 만드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선거를 의식한 과장홍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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