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두원/새 경제팀 이렇게 짜야 한다

  • 입력 2000년 1월 10일 19시 48분


이제 곧 정부 부처의 개각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경제팀의 경우 자의반 타의반으로 총선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이 많아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재정경제부장관은 과거와 같이 경제부총리로 격상시킬 예정이어서 이제 집권 2기를 맞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더욱 경제를 중요시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새롭게 형성될 2기 경제팀의 경우 1기 경제팀에 비하면 내외의 모든 여건이 훨씬 양호한 형편이나 이들 앞에 놓인 문제들 역시 그리 수월하지 만은 않다.

우선 3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온 총선으로 인하여 경제에 주름이 잡히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우자동차와 삼성자동차의 매각, 금융권 잔여부실의 처리 등 1기 경제팀이 남긴 미완의 과제를 처리하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소득분배 악화의 문제를 치유해야 할 것이며 보다 장기적으로는 지난 2년간 심각하게 손상된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다시 회복시키는 과제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중책을 수행하여야 하는 2기 경제팀과 이들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김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부탁하고자 한다.

첫째, 다가온 총선을 의식한 선거관리용 개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며 선거에서 승리를 위한 경기부양책을 남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이제 한국 위정자들과 국민의 수준이 최소한 이와 같은 것을 우려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믿는다. 경제에 대한 정상적인 상식과 과거 경험을 통한 교훈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선거를 위한 경기부양은 곧 경기 거품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각종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집권여당에 대한 민심이반을 보면서 혹시라도 총선 승리를 위하여 무리한 부양책을 쓰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에 다시 한번 정치에 대해 중립적인 경제를 강조하고 싶다.

둘째, 개각의 과정에서 또는 개각 이후 후속 인사에서 나눠먹기식 인사, 지역과 충성도에 의거한 인사는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비록 현재의 집권여당이 특정 지역들에 기반을 둔 공동여당이지만 국민의 실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 인사들의 등용에서만은 당리당략을 떠나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셋째, 새로운 경제팀은 물가 성장 국제수지라고 하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록 작년에는 이와 같은 세 마리 거시경제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 경험이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극심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능했던 예외적인 경험이다. 이제 새로운 경제팀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에 합의를 보아야 할 것이며 이러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각 부처간의 정책 혼란이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항들이 2기 경제팀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김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김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환율을 안정시키고 외환보유고를 700억달러 이상 쌓는 등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내심 김대통령은 이제 위기는 극복되었으니 다시 고성장의 궤도를 달리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외환을 수백억달러 가지고 있다고 해서 위기가 완전히 극복된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위기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각종 제도적 장치를 심고 이를 관행화하는데 주력해야 할 시기이며, 이를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현 정권하에서는 과거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에만 주력하고 고성장과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다음 정권의 몫으로 남긴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일관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새 경제팀 역시 미완의 구조조정을 완결하며 단기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회복시키는 일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이두원<연세대교수·경제학>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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