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강동희의 눈물…"연패끊자" 후배에 호소

  • 입력 2000년 1월 6일 19시 39분


이대로 무너지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코트의 마술사’ 강동희(34·1m80)가 기아 엔터프라이즈를 연패에서 구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4일 SK 나이츠와의 경기가 끝난 뒤 강동희는 라커룸에서 눈물을 보였다. 이날 강동희는 프로농구 한경기 최다 어시스트 타이기록인 16개의 도움을 주며 최선을 다했지만 이것이 한순간에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경기종료 1분10여초 전 까지만 해도 77―69로 8점이나 앞서 승리는 ‘떼놓은 당상’.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실책이 연속 나오며 기아는 연장전을 치러야 했고 결국 쓰디쓴 패배를 당했다.

2일 동양전에서도 어시스트 16개를 올리며 대기록을 세웠던 강동희는 이날 또다시 죽을 힘을 다했는데도 팀이 4연패에 빠지자 결국 눈물까지 보인 것.

강동희는 “오랫동안 농구를 해왔지만 요즘처럼 힘들고 괴로울 때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강동희는 부산 숙소에서 정인교(30) 봉하민(29) 김영만(28) 등 고참급 후배들을 소집, 마음 속에 묻어뒀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특히 부상에서 회복한 대학후배 김영만에겐 처음으로 질책을 하기도 했다.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해야 될 때라는 것이 요지. 5일 현재 경기당 8.39개의 어시스트를 올려 이상민(현대 걸리버스·8.32개)을 제치고 어시스트부분 1위에 올라있는 강동희는 “개인기록에 연연하지 않겠다. 팀이 자꾸 지는데 낯 간지럽게 개인타이틀을 생각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도움도 중요하지만 슛도 적극적으로 쏘겠다”고 각오를 다졌고 박수교감독도 강동희에게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라고 주문했다.

기아가 연패사슬을 언제 끊을지는 바로 강동희에게 달려 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