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새해 日경영자들 '변신'선언

  • 입력 2000년 1월 5일 18시 32분


대부분의 일본기업이 4일 시무식을 갖고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시무식에서 최고경영자들은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새로 제시했다. 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2000년을 맞은 비장감과 절박감이 배어 있었다.

가장 두드러진 화두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을 기업전략에 활용하는 정보기술(IT)혁명의 추진이었다. IT를 입에 올리지 않는 경영자는 거의 없었다.

아오키 도시하루(靑木利晴)NTT데이터사장은 “IT를 빨리 수용하지 않으면 깜짝하는 순간에 패자(敗者)로 전락하는 시대에 이미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야스타케 시로(安武史朗)닛쇼이와이사장은 “IT를 구사해 등장한 e비즈니스가 전통적 사업을 무너뜨리고 급성장해 일본경제를 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키쿠사 나오유키(秋草直之)후지쓰사장은 “우리는 인터넷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고 분발하라고 사원들에게 촉구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조건으로 ‘공격적 경영’과 ‘스피드 중시’라는 경영방침을 내건 경영자가 많았다. 히라노 히로시(平野浩志)야스다화재해상보험사장은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한발 앞서 선도하는 기업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선구자적 시각, 정보수집력, 결단력, 정열의 네가지를 가지라고 주문했다. 사사키 미키오(佐佐木幹夫)미쓰비시상사사장은 “공격하는 이상 이겨야 한다. 승리하려면 끊임없는 자기변혁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야마모토 요시로(山本惠朗)후지은행장은 “우리가 내부체제를 정비하는 기간 중에도 경쟁상대와 고객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신속하고 과감한 행동을 역설했다.

일본 기업경영자들의 새해 화두에서 정보화와 세계화의 물결이 밀어닥친 격동의 시대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일본의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권순활<도쿄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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