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장군의 조건

  • 입력 1999년 12월 10일 19시 52분


▽옛날 싸움터의 현장을 그리라 하면 삼국지가 우선 떠오를듯 싶다. 그 이유는 소설과 비디오의 영향도 있을 터이다. 삼국지의 묘미는 물론 전략과 전술이긴 하지만 전투는 싱겁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전투가 거의 기골이 장대한 장수의 대결로 판가름난다는 것이다. 아무튼 전쟁과 전투에서 지휘관의 역할은 막중하다.

▽오늘날의 전쟁 양상은 예전과는 다르다. 전략과 전술 및 지휘관 능력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승패는 총체적 힘으로 가려질 것이다. 핵무기를 제외하고도 수천㎞밖의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미사일을 포함한 첨단과학무기의 역할은 특히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력의 핵심요소는 지휘관을 포함한 군인의 질이다. 군기와 사기, 그리고 임무를 수행할수있는전투체력은 군인의 필수 요건이다.

▽내년부터는 체력이 약한 군 간부는 퇴출당할 판이다. 국방부가 군 체력검정 기준을 강화한데다 장군에게도 이를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1.5㎞달리기의 체력검정제도 기준을 높인 이유는 평소 체력단련 없이도 거의 합격한 실시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 한다. 새로 마련한 체력기준은 40대 후반의 팔굽혀펴기 합격기준이 2분간 25회로 미군과 같고 호주군보다 배나 되는 등 종전보다 16%이상 상향조정됐다. 또 합격도 5단계로 등급을 매겨 진급 등의 인사에도 반영토록 되어 있다. 특히 합격 1급은 매우 높은 체력이 요구돼 고급장교 특히 장군들에게는 부담이 될 듯 싶다.

▽솔선수범과 필승전략은 ‘건강한 몸, 건전한 정신’에서 나오고 특히 맑은 정신은 체력에서 비롯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팀의 ‘정기적 운동은 뇌세포 상실을 절반가량 줄인다’는 조사결과도 정기적 운동과 체력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맹물전투기 추락’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지휘관의 흐린 정신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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