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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9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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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피톨은 하얗지 않다▼
‘인체의 강물’인 피는 몸무게 70㎏의 경우 약 5.6ℓ. 55%는 혈장(血漿), 나머지는 혈구(血球).
혈장은 90%가 물이고 7∼8%는 단백질이며 옅은 노란색. 소화기관에서 꿈틀운동(연동운동·?動運動)으로 흡수한 양분과 간에서 만들어진 알부민 등을 세포까지 운반하고 노폐물을 콩팥으로 보내 폐기처리한다.
혈구는 피톨로도 불리는데 톨은 ‘작은 알갱이’‘낱개’라는 뜻의 순우리말. 피톨은 붉은피톨 흰피톨 혈소판으로 이뤄진다. 피톨 중 가장 많은 붉은피톨은 헤모글로빈이 빼곡히 들어있어 ‘가스’를 운반한다. 산소를 옮길 때 헤모글로빈의 철 성분이 산소와 결합, 산화철이 되기 때문에 녹슨 철로처럼 벌겋게 보인다.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정맥피는 검붉다.
몸속의 군대인 흰피톨은 순백(純白)색이 아니다.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핵은 검은색, 세포질은 투명에 가깝다. 염색처리한 뒤 일반현미경으로 봤을 때 세포질이 허옇게 보이기 때문에 붉은피톨보다 희다는 뜻에서 흰피톨로 부를 따름이다.
혈소판은 피의 응고를 담당하는데 유전자가 고장나 이것이 제기능을 못하는 것이 혈우병(血友病)이다. 의학명 ‘헤모필리아(Hemophilia)’는 피를 사랑한다는 뜻. 남자에게만 나타나고 여자는 유전인자만 갖는다.
19세기 세계의 20%를 지배,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군주’로 불린 빅토리아여왕도 혈우병 인자를 갖고 있었다. 여왕은 1901년 숨졌으나 유럽 전역에 살고 있던 37명의 증손주들은 ‘왕실 네트워크’를 통해 유럽전체에 혈우병을 퍼뜨렸다.
▼ 핏줄 ▼
피는 지구 둘레의 3배가 넘는 약 13만㎞의 혈관을 돌고돈다. 흔히 화났을 때 ‘핏대가 섰다’고 말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 사전에 따르면 핏대는 큰 혈관, 즉 동맥인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교감신경(交感神經)이 흥분돼 실핏줄이 팽창하기 때문. 한편 혈관 안에도 혈관(Vessel of Vessel)이 있어 혈관세포에 산소와 양분을 공급한다.
중세엔 이발사가 외과의사를 겸해 뇌졸중 건망증 등을 치료한다며 정맥을 절단해 피를 뽑았다. 피의 빨간색과 붕대의 흰색 줄무늬가 합쳐진 기둥이 이발소의 상징이 된 것은 이 때문.
▼ 피를 튼튼히 하려면 ▼
골고루 먹어야 한다. 적혈구 헤모글로빈의 성분인 철, 적혈구를 만들 때 필요한 B12, 엽산 등이 부족하면 빈혈이 생긴다. 반면 유산소운동을 많이 하면 적혈구가 많아진다.
여성의 경우 자연분만 중 잃는 혈액은 350∼600㏄로 헌혈 때 채혈량보다 약간 많다. 제왕절개 때는 1000㏄까지 잃는다. 월경 때는 35∼50㏄가 빠져나가지만 다이어트로 철분을 적게 섭취하면 이 정도로도 빈혈이 생긴다.
헌혈이나 골수이식을 하면 해롭다는 말이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순환계와 골수를 자극해 몸이 더 튼튼해질 수 있다. (도움말〓가톨릭대 내과 김동욱교수, 성균관대 임상병리과 김종원교수, 연세대 임상병리과 김현옥교수, 울산대 임상병리과 지현숙교수, 고려대 한문학과 김언종교수)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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