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유흥가 음주측정서비스… 사고 예방에 기여

  • 입력 1999년 11월 22일 19시 11분


브라질 상파울로주(州) 상파울로시의 운수업체에 운전사로 취직하려면 10여가지 서류를 내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무범죄증명서와 입사지원서.

무범죄증명서에 음주운전 전과가 있으면 일단 채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입사지원서에는 ‘음주운전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를 어길 경우 해고를 받아들이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브라질의 노동관련법은 고용주의 음주운전 근로자 해고를 정당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10년전 결혼식 파티에서 술을 먹고 딱 한번 음주운전을 해 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법정기준치를 넘지는 않았지요. 만약 근무중에 그랬더라면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이사짐 전문운송업체인 카사노바㈜에서 13년째 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조앙 바치스타 도스 산토스(31)의 말이다.

“다른 운송업체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운전사만 채용합니다. 30년 이상 이 업종에서 일했기 때문에 운송업체에서 일하는 운전사 대부분의 생활태도와 운전습관 등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레오 노르 부사장(53)은 음주운전을 할 가능성이 있는 운전사는 아예 뽑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업적인 운전사가 아닌 일반 운전자들의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도 대단하다.

4일 오후 11시 상파울로시의 유흥가인 삐네이로스와 자르딩 구역. 경찰차 2대에 나눠 탄 8명의 경찰관이 검은 가방을 들고 한 술집에 들이닥쳤다. 마약이나 불법영업 단속인줄 알았으나 뜻밖에도 술집 고객들의 음주측정을 위한 것이었다.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벌써 법정기준치(0.06%)를 넘었네.”

“나는 아직 몇 잔을 더 마셔도 괜찮겠어. 0.02% 밖에 안돼.”

술집 고객들은 앞다투어 경찰관이 가져온 검은 가방안의 음주측정기를 불면서 표지판에 나타난 자신의 음주정도를 체크했다.

상파울로주 경찰은 98년 2월부터 ‘음주와 음주운전은 정도껏’이라는 음주운전방지캠페인을 벌이면서 그 일환으로 이처럼 유흥가를 돌며 음주자들의 음주상태를 측정해 주고 있다.

“처음엔 호기심때문에 장난삼아 음주측정기를 불지만 음주수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당황하곤 합니다. 법정기준치를 넘은 음주자는 차를 두고 귀가하도록 조치해 사고를 미연에 예방합니다.”

상파울로주 경찰청 교통국의 히카르도 살가도 부국장(50)의 설명이다.

경찰이 음주운전 사전단속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와 인명피해가 극심했기 때문. 97년 교통사고 사망자 2042명 가운데 무려 53%의 혈액에서 상당 양의 알코올이 검출됐다.

브라질정부는 이에 따라 98년 1월 도로교통법을 개정, 음주운전 단속기준치를 종전의 0.08%에서 0.06%로 강화했다. 이 수치를 넘을 경우 250달러의 벌금형에다 면허가 취소된다.

또 TV 등을 통해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펴오고 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98년 교통사고 사망자(1558명)는 전년도에 비해 23.7%나 줄었다.

〈상파울로〓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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