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修能(수능)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8시 21분


修能은 大學修學能力試驗(대학수학능력시험)의 준말이다. 즉 얼마나 공부를 할 資格(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를 측정한다는 우리말이다. ‘우리말’이라고 한 것은 중국이나 일본에는 그런 단어가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修能은 우리의 교육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修能試驗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기본 능력을 檢定(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학생은 많고 대학의 문은 좁으니 競爭(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그럭저럭 점수를 받아도 되겠지만 그랬다가는 世稱(세칭) 일류대학은 물론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가 없다.

물론 修能에도 문제점은 있다. 한 학생에 대한 평가, 그것도 장차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을 평가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고작 筆記考査(필기고사)의 성적뿐이니 말이다. 그것보다는 人性(인성), 나아가서는 知性(지성)까지도 평가하는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하기야 그것은 나 같은 門外漢(문외한)이나 품을 수 있는 의문이리라. 이 세상에 내로라하는 교육행정 전문가가 하나 둘이 아닐진대 왜 그들이 방법을 못찾았겠는가.

그것은 아마도 한국 특유의 환경 때문이 아닐까 여겨진다. 사실이지 우리나라 만큼 敎育熱(교육열)이 熾烈(치열)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자식의 敎育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그저 내가 못 배운 恨(한)을 자식을 통해서라도 풀어보겠다는 부모가 이 땅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짜기의 한 뼘 되는 자갈논 팔아 자녀를 공부시키는가 하면 등록금 한번 내기 위해 애지중지 키우던 황소도 미련없이 내다 판다. 이렇게 高熱(고열)로 달구어진 철판이 식지 않는 한 입시경쟁은 당분간 解消(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며 단순한 필기지식만 가지고 평가하는 현재의 방법도 改善(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이 修能試驗日이다. 이 때는 꼭 날씨까지 한몫 거든다. 쌀쌀한 날씨지만 入試熱은 뜨겁기만 하다. 한국적 풍경인 것이다.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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