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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9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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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차르트는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미트리다테, 레 디 폰토’라는 오페라를 완성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중 세번째 작품이자 주요 오페라단을 위해 쓴 첫번째 작품인 이 오페라는 오늘날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최근 크리스토프 루세트가 지휘하는 레탈랑 리리크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녹음된 이 오페라의 음반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음반에 참여한 오페라 가수들 중에는 세계적인 슈퍼스타인 이탈리아의 메조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 프랑스의 콜로러투라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 미국의 카운터테너 브라이언 아사와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주역은 이탈리아의 테너인 주세페 사바티니가 맡았다.
‘미트리다테, 레 디 폰토’는 흑해의 남쪽 해안에 자리잡고 있던 그리스계 왕국 폰투스의 왕 미트리다테스 6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트리다테스는 로마의 장군 폼페이와 전쟁을 하러 떠나면서 자신의 약혼녀인 아스파시아를 두 아들에게 맡긴다. 그러나 두 아들은 아버지가 전사했다고 생각하고 아스파시아의 사랑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오페라 작곡 경험이 별로 없던 어린 모차르트는 1770년 12월 26일로 예정된 초연 날짜를 겨우 다섯달 앞두고 비로소 오페라의 대본을 받았다. 모차르트가 촉박한 일정에 쫓기고 있을 때 그의 아버지 레오폴드는 모차르트의 스승이었던 파드레 마르티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적들과 험담꾼들이 오페라를 들어보지도 않고 이 작품이 야만적인 독일 작품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완성된 작품에는 ‘독일’ 냄새가 전혀 배어있지 않았다. 모차르트가 이탈리아 스타일과 전통에 맹목적으로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초연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둬 22회나 공연되었다. 오페라를 보는 동안 음식을 먹고 마시는가 하면 카드 게임을 즐기면서 오페라에 별로 집중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레지오 두칼레 극장의 관객들은 ‘미트리다테, 레 디 폰토’가 공연됐을 때 평소 때와 달리 공연에 집중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모차르트가 나중에 쓴 오페라들을 알고 있는 오늘날의 관객들은 ‘미트리다테, 레 디 폰토’가 독창성이 결여된 작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 모차르트는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소년 작곡가였으므로 독창성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미트리다테, 레 디 폰토’는 모차르트에게 있어 데뷔를 위한 시험무대 같은 것이었다.
(http://www.nytimes.com/yr/mo/day/artleisure/mozart―mitridate―oper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