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불편해요] 한강시민공원 대중교통없고 걷기도 불편

  • 입력 1999년 10월 26일 20시 25분


일요일인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모처럼 산책을 나선 이모씨(35·잠원동 한신아파트)는 아내와 함께 딸(6)의 손을 잡고 한강변 시민공원으로 통하는 토끼굴을 지나고 있었다.

▼좁은 토끼굴로 사람-차량 동시 통행▼

영동가스충전소 뒤편 올림픽대로 밑으로 뚫린 토끼굴은 차량과 사람이 함께 이용하도록 만들어져 있지만 폭이 너무 좁았다. 차량 1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

이씨 가족은 옆으로 차가 지나갈 때마다 벽에 몸을 밀착시키느라 신경이 곤두섰다. 딸도 아빠의 손을 꼭 잡고 무서워했다.

이씨는 “도대체 대중교통도 없고 시민들이 걸어가기도 힘든 공원이 어떻게 시민공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변변찮은 조명시설…밤엔 이용 꺼려▼

특히 조명시설이 변변치 않아 밤에는 시민들이 이용하기를 꺼릴 정도다.

이씨는 “대낮인데도 굴 안이 어두워 돌멩이를 밟아 몸이 기우뚱하는 바람에 식은 땀이 다 났다”고 말했다.

약 70㎞에 달하는 서울지역 한강 양안에는 잠실 반포 이촌지구 등 모두 9개 지구의 시민공원이 조성돼 있다.

그러나 여의도지구를 제외하고 강북에는 강변북로, 강남엔 올림픽대로 등이 한강으로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어 보행자들이 지상으로 시민공원을 왕래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들 도로 아래로 만들어진 지하차도 등 시민공원 진출입로는 모두 37개. 평균 1.9㎞마다 1개씩의 진출입로가 있는 셈이다.

▼양쪽 입구에는 늘 차량 몇대씩 밀려▼

보행자만 불편한 게 아니다. 진출입 지하차도의 폭이 좁다보니 양쪽 입구에는 늘 차량이 몇대씩 밀려 있고 간혹 양방향에서 차가 동시에 진입하면 한쪽 차량이 후진해야 통행이 가능한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80년대 한강을 개발할 때만 해도 홍수를 막기 위한 치수와 교통정책이 우선시되다 보니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게 됐다”며 “현재 보행자전용교통로 설치 등 한강주변을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김경달·이명건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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