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천년을 기록한 예술가의 눈]아프리카문화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9시 35분


최초의 아프리카 노예들이 히스파니올라 호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것은 1502년이었다. 그리고 1619년에는 20여명의 흑인이 버지니아의 제임스 타운에 상륙했다. 미래에 세워질 미국이라는 나라의 첫 노예들이었다. 그 후 250여년 동안 아메리카 대륙까지의 항해에서 살아남은 1400만명의 아프리카인이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밭에서 강제노동에 종사했다.

그들은 대개 이부 만딩고 요루바 풀라니 월로프 야산티 화이다 코로만티 등 아프리카 서해안에 살고 있는 부족 출신이었다. 그들은 과도한 노동과 질병, 구타와 살인, 강제적인 가족의 이산 등을 견디면서 자신들의 문화를 보존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문화 전체가 살아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상당했다. 굴라 언어, 써레질, 얌(고구마의 일종)의 재배 등 일부 문화는 한정된 지역에서만 살아남았지만 옷 입는 스타일과 종교적 의식 등은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심지어 북반구 전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음악에서는 전세계가 아프리카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블루스, 재즈, 고스펠, 삼바, 룸바, 메렝게, 레게, 주크 등의 음악이 그 결과물이다. 또한 동서양의 고급문화 하위문화를 막론하고 악기 편성법, 발성법 등에도 아프리카 문화가 스며들었다. 아프리카 문화의 영향을 제외하면 우리가 현재 미국 문화라고 알고 있는 것은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릴 것이다.

종이로 윤곽을 잘라내 작품을 제작하는(이 기법은 19세기초 절정에 이르렀다)카라 워커는 전세계로 분산된 아프리카인들의 영향에 관한 보편적인 생각을 신랄하게 모방한 복잡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에서 맨 처음 시선을 끄는 것은 중앙에 있는 백인 남자의 이미지이지만 곧 세계의 네 꼭지점에 흑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워커의 말처럼 중앙에 있는 백인 남자는 아프리카인의 손에 의해 탈바꿈되고 있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4/walk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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