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올림픽대표팀 도쿄치욕은 '보약'

  • 입력 1999년 9월 8일 19시 24분


“현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좋은 팀이다. 선수들의 기량이 평준화돼 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노정윤이나 애틀랜타올림픽 때 최용수같이 팀을 이끌 핵심선수가 없다.”

7일 한국과 일본의 올림픽대표팀간 평가전을 지켜본 국내 축구전문가들은 한국올림픽팀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생각없는 수비〓이용수 KBS해설위원은 “늘 지적되는 한국축구의 고질병으로 위기상황에서 공만 쫓을 뿐 뒤에서 돌아가는 공격수는 전혀 보지 못한다” 고 말했다.

우선 일본 후쿠다의 첫 골. 나카타의 프리킥 때 일본 선수 대부분은 한국 골지역으로 몰려왔다. 당연히 공격수의 움직임을 꿰뚫어야 하는데 공이 있는 쪽으로 몰리다보니 2선에서 침투하는 후쿠다를 놓쳤다.

히라세의 두번째 골도 심재원이 한박자 쉬며 동료의 위치만 확인했더라도 볼을 나카타 등에 맞추지는 않았다는 것.

▽리더의 부재〓7일자 닛칸스포츠는 ‘나카타, 감독대행’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라운드에서 나카타는 전체 흐름을 조율한다는 뜻이다.

이날 평가전에서도 공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김호곤 연세대감독은 “두 팀 통틀어 나카타보다 더 많이 뛴 선수는 없었다”고 말할 정도.

그러나 한국은 허감독이 “우리 스스로 무너졌다”고 실토할 만큼 나카타같은 ‘그라운드의 사령관’이 없었다. 김도균 김남일로는 허전할 뿐.

▽거친 패스〓한국은 전통적으로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고 수비수에서 바로 공격수로 이어지는 롱패스를 애용한다. 그러나 이것이 성공할 확률은 10% 이하. 그만큼 패스가 정확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림픽팀에서 자로잰 듯한 패스를 연결해 줄 선수는 없다. 허감독도 “수비에서 전방으로 볼이 나가는 문제를 고치겠다”고 말했다. 운에 의존하는 ‘뻥축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도쿄〓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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