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배인준/'보석'의 정위치

  • 입력 1999년 9월 5일 18시 45분


어느 총선때 모정당 후보로 영입된 인기연예인이 길거리에서 선거운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대통령보다 그의 얼굴을 아는 국민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을 만큼 유명인이었다. 하지만 적잖은 행인들은 ‘저기 이 있네’ ‘쟤, 이잖아’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그가 본업에서나 다른 사회적 활동에서 그렇게 참담한 대접을 받은 적이 있을지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제1여당인 국민회의는 ‘새 피’와 ‘묵은 피’를 섞는 방식의 신당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낡은 피만으로는 내년봄 총선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성적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현실을 잘 보았다고 할 만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진정한 청혈(淸血)을 주입해 워크아웃(체질개선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소나 개도 이들 정당을 외면할지 모른다.

▽그런데 국민회의가 수혈하려는 새 피에는 최근 몇년 사이 인기 주가(株價)가 급등한 영화 ‘용가리’ 제작자 심형래씨를 비롯, 건강학보급가 축구해설가 뮤추얼펀드선구자 성교육전도사 등이 포함돼 있다는 보도다. 일부 인사는 정치입문에 소극적이라니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우선 국민회의측 의도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들이 새 천년의 새로운 정치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 인재들이라고 진실로 믿는 것일까. 지금의 국민회의는 이들이 활동하는 각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할 수 없었다고 반성하는 중일까.

▽표는 인기에서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이들이 국민회의 의석을 몇석 늘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피가 국민이 바라는 정치발전에 한몫을 할지는 미지수다. 과거의 예에서 봤듯이 혹시나 1회용으로 이들을 이용하려 한다면 이들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은 생활 속의 스타를잃는손실에가슴아파할지 모른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이들의 변신을 표로 거부할지도 모른다. 보석은 제자리에 있어야 빛이 난다던가.

배인준<논설위원>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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