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삼성에버랜드 유통사업부 김지언씨

  • 입력 1999년 8월 19일 19시 11분


삼성에버랜드 유통사업부의 식품바이어 김지언씨(金志彦·28·여)는 연간 100여억원의 먹거리를 사들이는 ‘큰 손’이다.

식품바이어는 농수산물시장과 농어촌의 산지를 누벼야 하는 탓에 남성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어온 직업. 하지만 김씨는 새벽 2시부터 억척스럽게 일하며 이런 편견을 깨뜨렸다.

김씨는 원래 92년 삼성에버랜드에 영양사로 입사했다. 그러다 95년 에버랜드가 단체급식사업을 시작하면서 평소 활달한 성격과 능력을 인정받아 식품바이어의 길을 걷게 됐다.

김씨는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화장실에 들어가 남몰래 울기도 했다”고 고백.

새로 거래선을 확보하고 품질을 관리하느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밤을 지새며 며칠씩 집에 들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일터로 옷가지와 먹을 것을 챙겨오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었을 정도.

아직 미혼인 김씨는 시장 상인처럼 옷을 입고 새벽시장에서 “아줌마, 비켜요”라는 외침이 자신을 향한 것인지 모르고 걷다 뒤에서 달려오는 자전거에 부딪친 적도 있다. 찰과상은 가벼웠지만 마음의 상처는 깊었다고.

김씨는 “젊은 여자가 40∼50대 ‘사장님’들을 상대하다보면 건방지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가격협상은 단호하게 진행한다”며 “좋은 1차식품을 판별하는 능력은 오감(五感)과 경험에서 우러나온다”고 설명했다.

맛을 보는 것은 업무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취미생활이기도 하다. 김씨는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맛본 뒤 집에 돌아와 그 음식을 다시 요리해보는 것이 취미”라고 귀띔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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