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칼럼]박맹호/새천년의 열쇠 책속에 있다

  • 입력 1999년 8월 16일 19시 35분


활자매체에서 전자매체로. 이것이 금세기를 마감하는 가장 큰 징후이다. 광섬유 통신위성 컴퓨터 네트워크 등은 기존의 전파매체와 함께 변화를 주도한다. 변화는 또 컴퓨터 키보드 세대의 등장과 영상혁명으로 이어진다.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것이 훨씬 더 진실해 보인다. 이것은 분명 새로운 방식이다. 과연 읽고 쓰는 것에 대한 믿음은 사라진 것일까.

그러나 아직 경이로움을 말하기엔 이르다. 영상 이미지는 짧고 순간적인 에피소드, 재빨리 낚아챘다 곧 내던져 버리는 불안정한 것이다. 구조가 아닌 단편들, 영원한 것이 아닌 순간적인 것들이 유희적인 메시지를 꾸며내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는 읽기로 대표되는 고전적 시대의 종말을 이야기한다. 마치 책의 전성시대가 끝났고 읽기와 쓰기를 통해 어떤 최종적 진리에 도달할 것이라는 오랜 꿈마저 깨진 것처럼 보인다. 순간적인 영상이 출렁대는 거리에는 서점들 대신 컴퓨터나 통신장비 대리점들이 늘어서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 강조해야 할것은책이다.뉴미디어가 신기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속한 교통에 기여했다면 책은 그것에 의미와 질서를 부여한다. 훌륭한 인터넷 홈페이지는 여러 장의 화면이 분명한 체계를 갖고 구축된다. 문학 철학 과학 등등의 고전은 바로 그구조를묻는 것이다.앞으로 독서는 지식 격차를 낳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책은 성숙된 인간으로 새 천년의 문을 여는 영원한 마법의 열쇠일 것이다.

박맹호(민음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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