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사무소

  • 입력 1999년 8월 11일 09시 56분


▽뉴욕 맨해튼의 102층짜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지금도 뉴욕의 간판건물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이 빌딩의 야경은 한송이의 노란 국화를 연상시킨다. 세계 최대의 통상무역도시 하고도 이런 유서깊은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세계적 기업 또는 금융기관이나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우리나라 어느 도(道)의 해외사무소가 들어 있다면 믿을지 모르겠다.

▽충남도는 97년 3월 해외시장개척을 명분으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뉴욕사무소를 설치했다. 이 사무소 운영에 지금까지 10억여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뉴욕사무소가 왜 해외시장 개척실적이 거의 없다는 건지, 이 사무소의 올해 주요업무계획 한 토막이 어느 정도 해답을 들려준다. ‘경영행정과 국제화에 앞서가는 도지사 이미지 부각.’

▽각 시도는 세계화 바람을 타고 95년부터 너도나도 미국 일본 중국 등지에 해외사무소를 열었다. 그러나 일부 시도는 이미 실패를 자인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전문인력과 해외시장에 대한 사전연구 없이 맨손으로 뛰어든 탓이다. 외국의 웬만한 대도시에는 우리 무역협회와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진출해 있다. 처음부터 이를 활용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해외사무소가 여행중인 국내손님 뒷바라지나 동포들의 지역감정 부추기기에 열중한다면 지역주민에 대한 배신이다.

▽해외사무소가 꼭 필요하다면 몇개 시도가 연합할 수도 있는 일 아닐까. 각자 해외사무소를 갖고 있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의 또다른 모습이다. 민선 2기를 맡고 있는 자치단체장들의 의식구조부터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주민 돈을 내돈처럼 아끼는 것이야말로 자치단체 경영의 기본 덕목이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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