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밀레니엄/나치즘 출현]히틀러에 좌절안긴 빈대학

  • 입력 1999년 8월 8일 18시 26분


히틀러가 그렇게도 입학하고 싶었던 빈 미술학교는 오스트리아의 최고 명문 미술대학. 하우스너 린텐 후터 등 특히 초현실주의 화가들을 많이 배출했다. 히틀러가 응시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바로크풍의 아름다운 건물엔 1000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다.

7월말 이곳을 찾은 기자를 학교측은 익숙한 일이라는 듯 문서보관실로 안내했다.

20년간 문서를 관리해왔다는 구치가 내놓은 빛바랜 장부에는 히틀러에 관한 기록이 적혀 있었다.

‘24번 아돌프 히틀러’로 시작하는 기록은 서너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것을 보러 오는 ‘손님’이 1년에 20∼30회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측은 히틀러와의 인연을 묻는 질문에 “전혀 관계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마침 이 학교에서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히틀러가 격찬했다는 천장의 벽화 아래 내걸린 그림들의 주제는 ‘STOP THE VIOLENCE’.

수백점의 작품 속에 히틀러를 소재로 한 그림 몇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한 학생의 그림에는 나치가 제작한 로켓포 위에 히틀러의 말이 겹쳐져 있었다.

“나는 승리의 여신이 내 어깨 위에서 날개를 파닥거리는 걸 듣는다.” 2차대전 말기인 44년에 그가 남겼다는 말이다.

히틀러의 자취는 끝내 지울 수 없었던 듯하다.

〈빈〓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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